리비아 사막 한켠에서 관목 아래 몸을 움츠리고 있던 작은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18초짜리 영상이 북아프리카 생태계 연구의 판도를 바꿨다. 야생동물 사진작가 모하메드 알문타시르가 2017년 유튜브에 올린 이 짧은 영상 속 주인공은 '사막의 유령'으로 불리는 모래고양이(Sand cat, Felis margarita)였다.
CNN은 22일(현지시간) 이 영상이 리비아 내 모래고양이 서식을 입증하는 역사상 첫 공식 증거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국제 학술지 건조 환경 저널(Journal of Arid Environments)에 지난 2월 게재된 논문 '사막의 유령을 재발견하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뒤늦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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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문타시르는 리비아 남서부 알함마다 알함라 지역에서 우연히 모래고양이를 촬영했다. 그는 이미 학계에 알려진 동물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북아프리카 소형 육식동물 전문가인 피라스 하이더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직접 연락을 취했다. 리비아 내 모래고양이 서식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공식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하이더 연구원과 알문타시르 작가를 포함한 7명의 공동 연구진은 이후 8년간 리비아 전역의 모래고양이 목격 데이터를 수집했다.
모래고양이는 발자국이 바람에 금세 지워지고 낮에는 굴속에 숨어 지내 추적이 매우 어렵다. 알문타시르는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사막을 샅샅이 뒤져 총 36건의 관찰 기록 중 24건을 직접 확보했다.
하이더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나 현지인들에게 모래고양이는 일상적인 동물일지 몰라도, 생태학계에는 리비아 내 서식을 입증하는 사상 첫 역사적 기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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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리비아 남서부 지역이 모래고양이의 주요 거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 연구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4년 평가를 바탕으로 모래고양이를 '관심대상(Least Concern)'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평가가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래고양이와 같은 소형 육식동물은 기온 상승에 매우 민감해 서식지 파괴를 가장 먼저 알리는 '생태계 경보기'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불법 밀매 및 포획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리비아 현지 시장에서 모래고양이가 애완용으로 불법 거래되거나 일부 사냥꾼들에 의해 고기용으로 포획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이더 연구원은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막의 유령'들이 리비아에서 진짜 유령처럼 사라져버리기 전에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