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목)

유인원도 '뽀뽀·스킨십'으로 평화 지켰다... 먹이 경쟁 앞두고 서로 끌어안아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의 유인원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침팬지와 보노보 116마리가 먹이를 두고 경쟁하기 직전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영국 더럼대 연구팀은 이같은 신체 접촉이 충돌을 막고 평화롭게 먹이를 나누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 '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연구팀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롤라 야 보노보 보호소와 잠비아의 침펀시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5개 집단에 속한 유인원들을 관찰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pixabay


연구진은 한정된 공간에 땅콩을 풀어놓아 여러 개체가 동시에 먹이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야생에서 유인원들이 열매가 열린 나무 한 곳에 몰리는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먹이가 나오기 전 5분 동안의 신체 접촉과 먹이 공급 전후의 공격 행동, 다른 개체 옆에서 먹은 시간을 60차례에 걸쳐 기록했다.


분석 결과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먹이가 나오기 전 다른 개체와 신체 접촉을 많이 할수록 이후 함께 먹는 시간이 길어졌다. 먹이를 놓고 경쟁할 상황을 앞두고 서로를 끌어안고 만지거나 입을 맞댄 개체일수록 나중에 다른 개체와 나란히 먹이를 먹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침팬지 집단에서는 수컷 한 마리가 다른 수컷을 뒤에서 끌어안자 다른 개체들이 차례로 합류하는 '연쇄 포옹' 행동이 나타났다.


제이크 브루커 / 침푼시 야생동물 보호소제이크 브루커 / 침푼시 야생동물 보호소


여러 마리가 잇따라 서로를 끌어안는 형태였다. 공격적인 동물로 알려진 침팬지가 상대의 입 안에 손가락이나 손을 넣는 모습도 포착됐다. 연구진은 상대가 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이 위험한 행동을 긴장된 순간에 신뢰를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했다.


종별로는 차이가 나타났다. 보노보는 암컷끼리, 침팬지는 수컷끼리 먹이 공급 전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 보노보 사회에서는 암컷 간 연대가, 침팬지 사회에서는 수컷 간 유대가 중요하다는 기존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다.


이런 경향은 구성원들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을 평소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집단에서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신체 접촉이 이미 형성된 관계를 강화하고 집단의 관용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나 클레이 더럼대 교수는 "긴장되는 일을 앞두면 유인원들은 한데 모여 서로 만지고 끌어안으며 안심시킨다"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어깨동무하고 원을 이루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잔나 클레이 / 롤라야 보노보 보호구역재나 클레이 / 롤라야 보노보 보호구역


연구를 이끈 제이크 브루커 박사는 "신체 접촉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의사소통 수단"이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두 종을 비교하면 우리가 긴장과 경쟁, 협력을 다루는 행동의 진화적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침팬지와 보노보 두 종에서 유사한 행동이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이런 접촉 방식이 인간과 침팬지·보노보 계통이 갈라지기 전 공통조상에게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이 시합이나 큰일을 앞두고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는 행동도 수백만 년 전 공통조상에게 뿌리를 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보호시설의 5개 집단에서 나타난 연관성을 분석한 것으로, 신체 접촉이 협력을 직접 일으켰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접촉 전후의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