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6일(목)

"연두색 번호판, 탈세 아닌 성공 인증?"... 고가 수입 법인차 6만 대 돌파

정부가 법인차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24년 도입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3년차를 맞았지만, 수입 법인차 시장은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6만723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30대)과 비교해 21.4% 급증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수입 법인차 시장은 2020년 상반기 4만8041대에서 2021년 상반기 5만4243대로 12.9%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증가세가 꺾였고,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된 2024년 상반기에는 4만22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0% 급감했다.


origin_8000만원이상법인차연두색번호판부착.jpg뉴스1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사적 유용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우려한 법인들이 수입차 구매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 상반기 5만30대로 18.6% 반등한 데 이어, 올해는 6만 대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법인차 등록 추이도 주목할 만하다. 포르쉐의 경우 2023년 상반기 3624대에서 2024년 상반기 1741대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2025년 상반기 3063대로 반등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582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수요를 이어갔다.


람보르기니 법인차는 2023년 상반기 166대, 2024년 163대, 2025년 162대를 거쳐 올해 상반기 179대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슈퍼카 법인 등록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증가세에는 최근 몇 년간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급증한 개인 리스와 장기 렌트 수요도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리스·렌트 차량도 모두 법인차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수입 법인차가 다시 늘어나는 배경에는 시장의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초기에는 연두색 번호판이 탈세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며 낙인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고소득 법인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라는 인증 마크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origin_연두색번호판정리하는수원도시공사직원.jpg뉴스1


수입차의 대중화도 한몫했다. 국내 수입차 등록 대수는 2020년 27만4859대에서 2022년 28만3435대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0만7377대를 기록했다. 국내 등록 차량 5대 중 1대(20.31%)가 수입차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법인 명의 고급 외제차의 사적 사용 실태 점검 필요성을 지적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같은 달 SNS를 통해 "법인 명의 차량을 가족 외출, 골프, 유흥업소 방문 등에 쓰고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행위는 명백한 탈세"라고 경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은 도입 초기 낙인 효과로 수요가 주춤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유층의 '특권층 인증 마크'처럼 받아들여지며 제도의 실효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처럼 운행일지의 철저한 검증, 차량 대장 관리, 이용자 크로스 체크 등 실질적인 사후 관리·감독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