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미룬 식약처를 질타하며 의사 재량 처방 대책을 지시했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수년간 임신중지 의약품의 안전성 검토와 국내 도입을 미뤄온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둘러싼 국회의 입법 논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물을 처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초기 임신 단계에 사용하는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을 언급하며 "지금 우리는 허용이 안 돼서 여성들이 해외직구로 복용하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정부가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프진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병용하는 약물이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초기 임신중지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허가된 제품이 없다. 이로 인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성분이나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직구 및 불법 유통 제품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지속됐다.
국내도입 논의는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화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낙태죄 조항은 지난 2021년부터 효력을 상실했으나 국회가 임신중지 허용 시기와 방식을 정하는 후속 법안 마련에 실패하며 5년 넘게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 2021년 7월 복합제인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처음 신청했다가 자료 보완 문제로 지난 2022년 자진 취하한 뒤 재신청했다.
식약처는 허용 가능한 임신 주수와 처방 기준을 법률로 먼저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심사를 완료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약처가 의뢰한 외부 법률 자문에서는 모자보건법 개정과 별개로 현행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라는 본연의 기준 대신 정치적 셈법으로 심사를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이 대통령 역시 부처 간 책임 전가 태도를 지적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성평등가족부 소관 업무라고 답변하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모자보건법 개정 전이라도 식약처에서 허용해주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기준을 정하려고 하니 낙태죄의 허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 밖에 방치하면서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들은 위험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몇 주로 할 거냐' 논의하다가 임기가 끝날 것 같다"며 입법 전이라도 의사 재량에 따라 처방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임신 5~10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처방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 대통령은 주수 설정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짚으며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관계 부처 간 절충안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번 지시로 식약처가 기존 입장을 선회할지 주목된다. 식약처가 품목허가 심사를 전격 재개해 약물의 안전성을 검증한 뒤 처방 기관 지정과 복용 후 진료 체계 등 별도의 안전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