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불난 집서 할머니 구한 이웃들... 딸에게 '취객'으로 오해받은 웃지 못할 사연

영국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집 안에서 잠들어 있던 87세 노인이 이웃들의 목숨을 건 구조 덕분에 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특히 노인의 딸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이웃들을 술에 취한 침입자로 오해했던 긴박하면서도 웃지 못할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온라인 매체 굿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3일 밤 11시 30분께 발생했다. 당시 상황은 현관에 설치된 초인종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으며, 모두 8명의 이웃이 구조에 힘을 보탰다.


소방 당국은 화재가 난 건물에 직접 들어갈 경우 더 많은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웃들의 신속한 판단과 용기 덕분에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화재 당시 필리스 데이(87)는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불은 집 안 다용도실에서 시작됐지만, 필리스는 보청기를 빼놓은 상태여서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인사이트SWNS


2018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생활해 온 필리스는 집에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른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필리스의 딸 수잔 라이트는 당시 어머니의 집에서 약 8km 떨어진 자신의 집에 있었다. 잠들어 있던 수잔은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는 휴대전화 알림을 받고 잠에서 깼다.


초인종 카메라를 확인한 수잔의 눈에는 상의를 벗은 남성 2명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어머니의 집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처음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집 안으로 침입하려는 줄 알았다. 수잔은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었고, 그중 한 남성이 '밖으로 나와요! 불이 났어요!'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눈 끝에 이들이 이웃 주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수잔은 현관 밖에 설치된 열쇠 보관함의 위치를 알려줬다.


평소 어머니를 전담해 돌보던 수잔은 황급히 옷을 챙겨 입었다. 남편이 차를 몰고 어머니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수잔은 초인종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지켜봤다.


인사이트SWNS


수잔은 "어느 순간 카메라 화면이 흐려졌고, 고함과 비명 소리만 들렸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다행히 잠시 뒤 화면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수잔은 어머니가 양팔을 붙잡힌 채 집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에 나선 사람은 이웃 주민 파브 사르팔(28)과 스테판 스마트(44)였다. 두 사람은 불길과 연기가 가득 찬 집 안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파브는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끔찍한 광경이었다"며 "사방이 불길과 연기로 가득했고,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 파브는 짙은 연기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는 스테판에게 수건을 가져오라고 한 뒤, 필리스가 잠들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파브는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집 안은 온통 연기로 가득했다"며 "연기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고 구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두 차례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스테판 역시 "불길이 부엌 문을 뚫고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위층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올라가 그분을 데리고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필리스의 침실을 찾아 그를 깨웠지만, 영문을 모르는 필리스는 마치 집에 침입한 강도를 바라보듯 두 사람을 경계했다. 스테판은 필리스에게 집에 불이 났으니 함께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 뒤, 조심스럽게 그를 침대에서 일으켰다.


스테판과 파브는 필리스의 양팔을 하나씩 붙잡고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이어 현관문을 통과해 필리스를 무사히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또 다른 이웃 딘 아처(30)도 집 안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자 현장으로 달려와 구조를 도왔다. 딘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며 "스테판과 파브가 계단을 올라가 할머니를 데리고 내려왔고, 다행히 늦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고,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손주 10명과 증손주 3명을 둔 필리스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집이 수리될 때까지 딸의 집에서 머물 예정이다.


인사이트수잔 라이트와 어머니 필리스 데이 / SWNS


수잔은 "이웃분들께 아무리 감사드려도 부족하다"며 "그분들은 정말 영웅"이라고 말했다.


지역 소방 당국은 이번 사건 이후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소방 당국은 "연기를 흡입하면 순식간에 방향 감각을 잃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으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잔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찰스 국왕이 이웃분들 모두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