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나흘 전 막을 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실탄이 든 권총을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튀르키예 정부는 정상들이 권총을 반출할 수 있도록 수출 규제를 면제했지만, 각국의 엄격한 총기 반입 규정 때문에 정상들이 권총을 가져가지 못하거나 경찰에 넘기는 등 처리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일간 튀르키예,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8일) 이틀간의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이름이 새겨진 리볼버 권총 한 정과 실탄이 담긴 상자를 선물했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실
튀르키예 정부와 나토 사무국은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귀국길에 취재진에게 선물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됐다.
벨기에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권총의 총열과 방아쇠는 은색 금속으로 제작됐고 손잡이는 갈색 목재로 추정되는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함께 제공된 상자에는 실탄 6발이 들어 있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의 총기 반입 규정 때문에 권총을 자국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튀르키예 주재 영국대사관에 남겨뒀다.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 또한 권총을 튀르키예에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베르 총리는 귀국 후에야 자신이 받은 선물이 권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간 HLN에 따르면 더 베베르 총리는 벨기에 멜스부르크 비행장에 도착한 뒤 선물 포장을 열어보고서야 권총을 발견했고, 곧바로 현지 경찰에 인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자국으로 가져온 권총을 경찰에 넘겼으며, CBS 방송 등은 이 권총이 향후 박물관에 기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도 같은 선물을 받았다. 코스타 의장 역시 벨기에 현행법에 따라 권총을 현지 보안당국에 맡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6년 7월 8일(현지 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앙카라 베슈테페 대통령궁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외신들은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나머지 나토 회원국 정상들도 모두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권총을 선물받았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들이 권총을 국외로 가져갈 수 있도록 관련 수출 규제를 면제했지만 각국의 총기 수입 규제가 달라 혼란이 빚어진 상황이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32개국으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모두가 권총을 선물받았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준비한 권총만 30정이 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