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중국의 전직 국장급 관료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중국 공개 판결 사상 단일 수뢰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고위직이 아님에도 거액의 부패를 저지르는 '소관대탐'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8일 중국 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6일 양유린 전 난징 뉴서우산 문화관광그룹 회장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개인 재산 전부를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양유린에게는 수뢰, 횡령, 뇌물공여, 공금유용, 직권남용, 돈세탁 등 총 6가지 죄명이 적용됐다.
법원 조사 결과 양유린은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난징 지역에서 10여 개의 공직을 거치며 기업과 개인에게 공사 수주, 기업 경영, 토지 양도, 자금 융통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난징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 등에서 근무했던 퇴직 국장급 간부 양유린(가운데). 30년에 걸쳐 22억1000만위안(약 50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일 장쑤성 창저우시 중급인민법원에서 1심 사형을 선고받았다. / CCTV
그 대가로 챙긴 금품은 총 22억1400만위안(약 5000억원)을 넘어섰다. 재판부는 "수뢰액이 특별히 크고 범죄 정황이 특별히 엄중하다"며 "사회적 영향이 극히 나쁘고 국가 이익에 특별히 중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양유린은 난징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 등에서 근무한 퇴직 정청급 간부다. 정청급은 중국 관료 체계에서 중앙부처 국장급 또는 지방정부 청·국장급에 해당한다.
40년 넘는 공직 생활 동안 고향 난징을 떠나지 않고 지역 개발과 건설 행정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난징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 상무부주임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타인과 공모해 재정자금 1200만위안을 빼돌렸고, 2005년부터 2023년까지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국가공무원에게 누적 2500만위안이 넘는 뇌물을 건넸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난징시 장닝구 건설국장과 장닝경제개발구 관리위원회 부주임으로 일하면서 토지 철거와 건설 사업을 규정에 어긋나게 추진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양유린은 2012년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다섯 번째 부패 관료가 됐다.
앞서 산시성 뤼량시 전 부시장 장중성은 2심에서 사형집행유예와 종신형으로 감형됐으나, 라이샤오민 전 중국화룽자산관리 회장, 리젠핑 전 후허하오터경제기술개발구 서기, 바이톈후이 전 화룽국제 총경리는 이미 사형이 집행됐다.
양유린 사건은 전체 부패 금액으로는 리젠핑 사건(30억6900만위안)에 이어 두 번째지만, 단일 수뢰죄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탕런우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18차 당대회 이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부패 관료 5명의 사건 금액이 모두 10억위안을 초과했다는 점을 들어, 거액 부패 사건에서 10억위안이 사형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권한이 집중되지만 감독이 느슨한 경제개발구를 이번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했으며, 중국 지도부는 올해도 해당 분야를 중점 단속해 고강도 반부패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