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클럽인데 술 대신 음료 마시며 기도... '이 나라' Z세대가 빠진 문화 뭐길래

인도 대도시 곳곳에서 매주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거대한 행사장으로 몰려든다. 5000여명의 20대와 10대들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는다.


어두운 조명 아래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지만, 클럽에서 들을 법한 EDM이나 힙합이 아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힌두교 찬양가 '바잔(Bhajan)'이 스피커를 가득 채운다.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춘다. 열광적인 분위기지만 술이나 마약 냄새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주최 측은 술과 마약을 철저히 금지했고, 참석자들 역시 이를 원해서 찾아왔다.


지난 5일(현지 시간) CNN은 영성을 의무적으로 강요받는 종교 의식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즐기려는 인도 Z세대의 새로운 문화가 전 세계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음주를 피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커피 레이브(Coffee Raves)' 열풍이 부는 것처럼, 인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맑은 정신 상태로 황홀경에 빠지는 '바잔 클러빙(Bhajan clubbing)'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People sitting watching stage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바잔'은 수백 년 동안 인도 전역의 사원이나 지역 공동체 공간에서 무료로 불려온 헌신적 찬양가다.


새로운 현상은 바로 공간의 변화다. 대형 행사장에서 유료 티켓을 판매하며 진행되고, 스모그 머신과 초대형 LED 스크린 등 일반 클럽이나 대형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대 장치가 총동원된다.


이 운동의 선두에는 어릴 때부터 바잔을 불러온 남매 듀오 '백스테이지 시블링스'가 있다. 이들은 수백 년 된 찬양가를 Z세대 감성으로 재해석해 인도 주요 도시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백스테이지 시블링스는 "술을 마시는 것과 클럽을 가는 것은 다르다. 술은 취하려는 목적이고, 클럽은 즐기려는 목적이다. 이곳에는 조부모님, 부모님, 친구, 연인과 함께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행사 관중 춤 노래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인도 Z세대가 바잔 클러빙에 몰리는 이유에는 현실적인 고충이 깔려 있다. 평균 연령 29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인 인도의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 경쟁과 일상적 압박에 시달린다.


행사 기획사 사나타나 저니의 니쿤지 굽타는 참석자 대부분이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수천 명과 함께 노래하고 박수 치면서 평온함과 소속감을 느끼며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술에 취하고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는 대신, 평온함을 얻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긍정적 경험을 선사한다.


바잔 클러빙을 처음 경험한 25세 질 비라는 "보통 콘서트에 가면 흡연이나 전자담배, 술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버터밀크를 홀짝이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알코올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도 문화 행사 힌두교 찬양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이 흐름은 인도의 종교 및 영성 경제 성장과도 연결된다. 2025년 기준 약 58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이 시장은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포함한 집권 힌두 민족주의 정당(BJP) 지도자들도 이 현상을 공개적으로 환영했다. 모디 총리는 Z세대가 노래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바잔을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뭄바이, 델리, 벵갈루루 등 인도 전역으로 확산된 이 모임은 호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이런 모임이 영성을 단순한 구경거리나 공연, 상품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