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경찰인 거 숨겨라" 윗선 지시 녹취 확보... 핵심 증거 뭉갠 광주 경찰 조직적 유착 의혹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피의자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핵심 증거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당시 수사팀 전반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 7일 KBS는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팀장 긴급체포를 넘어 경찰 조직 차원의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발생했다. 장윤기(23)는 귀가하던 이채원(17) 양을 차량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던 남고생까지 다치게 했다.


인사이트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이날 광주에선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됐다. 2026.5.14 / 뉴스1


KBS에 따르면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인 5월 6일 오전, 광주광산경찰서 소속 김 모 경사가 범인 장씨의 아버지인 장 모 경감과 나눈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이 통화에서 김 경사는 장 경감에게 "당신이 경찰인 사실을 모르게 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에서 강간살인죄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리얼돌을 발견하고도 이를 확보하지 않았다. 결국 이 리얼돌은 범인의 아버지인 장 경감에 의해 폐기됐다. 장씨의 SUV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 타이' 역시 납치나 성범죄 도구로 의심할 핵심 증거였음에도 경찰이 고의로 수사에서 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확보한 당시 현장 수색 영상에는 경찰들이 직접 "케이블 타이다"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겨 있어, 의도적인 증거 인멸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수사팀은 구속영장 신청 계획과 휴대전화 압수수색 정보 등 수사 기밀을 장씨 아버지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수사팀장은 장씨의 진술 내용까지 아버지에게 전달하는 등 범인 가족과 경찰 조직 간의 유착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 조직 차원의 집단적 범죄 가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팀장과 팀원, 그리고 사건을 관리한 지휘부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사이트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증거인멸 의혹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한 7일 검찰 수사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 후 나서고 있다. 2026.7.7 / 뉴스1


경찰청은 파문이 확산하자 7일, 긴급체포된 강력팀장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사건 당시 광주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관련자 6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한 경찰 역시 내부 감찰을 수사로 전환하고 특별수사팀을 가동하여 진상 규명에 나섰다.


현재 강간살인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씨와 별개로, 경찰 수사팀이 증거 인멸과 공무상 비밀 누설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 이번 유착 사건에 대해 검찰이 어디까지 칼끝을 겨눌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