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편의점 경쟁은 단순했다. 누가 더 많은 점포를 열고, 더 많은 삼각김밥과 도시락, 담배를 판매하느냐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출점 경쟁은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점차 한계를 드러냈고, 업계는 점포 확대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편의점들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저마다 다른 역할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던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고 방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매출 1위 GS25와 점포 수 1위 CU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뒤를 잇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업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우선 GS25는 물건을 판매하는 편의점을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GS25는 '우리동네GS'를 중심으로 와인25플러스, 나만의 냉장고, 사전예약, 재고조회, 픽업 등 다양한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를 운영하며 고객의 일상 소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와인25플러스는 수천 종의 주류를 예약한 뒤 원하는 GS25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대표 서비스다. 앱 이름처럼 화려한 경험을 내세우기보다 소비자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동네 플랫폼'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 GS리테일
반면 CU는 생활 인프라보다 '경험'에 무게를 둔다. 특화 매장과 이색 콘셉트 점포를 확대하며 편의점을 방문하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이다.
대표 사례인 '라면 라이브러리'는 국내외 인기 라면 230여 종을 한곳에 모아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형 매장이다. 이 밖에도 CU는 뷰티·주류·스낵·건강기능식품·건강식품·장보기 등 다양한 특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홍대에는 K-팝을 테마로 한 '뮤직 라이브러리'를 열어 대형 미디어월과 200여 종의 앨범·굿즈를 갖춘 체험형 공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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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은 일본 세븐일레븐 네트워크라는 독보적인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 상품과 디저트, 현지 트렌드를 국내 시장에 빠르게 들여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끈 푸딩, 모찌 디저트, 젤리, 아이스크림 등을 국내에 빠르게 선보이고 있으며, 일본 세븐일레븐 PB 상품과 협업 상품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일본 현지 편의점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편의점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사진 제공 = 세븐일레븐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이마트의 상품 경쟁력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매장 내 와인존을 운영하며 다양한 와인을 상시 판매하고, 노브랜드 상품과 피코크 간편식 등 신세계그룹 상품을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일반 편의점보다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며 '도심 속 소형마트'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점포 수에서는 경쟁사보다 열세지만, 곳곳에 있는 소형마트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후발주자로서 정면 승부보다 기존 강점을 극대화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이마트24
GS25는 생활 플랫폼, CU는 체험형 공간, 세븐일레븐은 일본 네트워크, 이마트24는 소형마트라는 각자의 강점을 앞세우며 서로 다른 가치를 제안하고 있다.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의 경쟁은 각 브랜드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얼마나 강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