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회사채 1430억 주관 뒤 넉 달 만에 디폴트
ETF LP 1300억 제재 두 달 만에 IB 심사 책임론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10개월 동안 JTBC 회사채 1430억원 발행을 주관한 뒤 회사채 주관 책임론에 휘말렸다. 지난해 8월 500억원 회사채 발행 당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주문은 190억원에 그쳤고, 올해 2월에는 930억원 규모 회사채를 다시 주관했다. JTBC가 넉 달 뒤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서 금융감독원 점검 대상에 오른 사안이다.
신한금융그룹에는 불편한 시점이다. 진옥동 회장에게는 불편한 장면이다. 진 회장은 지난 3월 연임을 확정하고 2029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은 1300억원대 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고 제재 두 달 만에 또 다른 책임론을 안게 됐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에게도 부담이 커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표이사에 오른 뒤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를 과제로 안고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ETF LP 손실 사고 제재가 마무리된 지 두 달 만에 JTBC 회사채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내부통제 논란은 운용 부문을 넘어 IB와 채권자본시장(DCM) 심사 체계로 번질 수 있는 사안으로 커졌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 뉴스1
논란의 출발점은 JTBC가 지난해 8월 발행한 제41회 무보증사채다. 발행 규모는 500억원,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하단인 BBB급이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주문은 190억원에 그쳤다. 310억원의 미매각 물량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은 217억원, 공동 주관사인 한양증권은 93억원을 각각 인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2월13일 JTBC 제42회 무보증사채 발행도 대표 주관했다. 발행 규모는 930억원으로, 이 중 360억원은 기존 회사채 상환에, 570억원은 운영자금에 배정됐다. 발행 금리는 연 8.1%였다. 두 차례 발행액을 합치면 신한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JTBC 회사채는 1430억원이다.
JTBC는 930억원 회사채를 발행한 지 넉 달 만인 지난달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했다. 이틀 뒤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JTBC도 지난달 15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을 신청했다.
930억 발행 넉 달 뒤 디폴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0일 JTBC의 ARS 신청을 받아들여 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을 오는 7월30일까지 보류했다. 중앙홀딩스 등 나머지 중앙그룹 계열사 4곳에 대해서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 결정과 별도로 JTBC가 발행한 공모사채 4건은 기한이익상실 상태에 놓였고, 해당 금액은 2450억원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금융감독원도 중앙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앙그룹 회사채나 CP가 적절하게 발행됐는지 점검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검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에는 부도 직전까지 발행된 회사채가 개인투자자에게 어떤 경위로 넘어갔는지가 포함됐다.
현재 단계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JTBC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이었다는 사정만으로 대표 주관사 부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난해 500억원 발행 때 이미 기관 수요가 모집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올해 2월 조달액 중 360억원이 기존 회사채 상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주관사가 발행사의 단기 유동성, 상환 재원, 중앙그룹 계열사 간 자금 의존도를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 유입 구조도 확인 대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JTBC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투자 권유를 한 사실이 없고, 올해 2월 930억원 회사채도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JTBC42의 절반 이상이 투자일임·자문사를 거친 개인 자금으로 채워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관 배정'만으로 투자자 보호 논란이 정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JTBC42 발행 당시 290억원은 한 투자일임사에, 220억원은 한 투자자문사에 배정됐다. 두 회사가 받아간 510억원은 최종 발행액의 54.8%다. 해당 자금은 일임·자문 계약을 맺은 개인 자금으로, 관련 개인은 220명 안팎으로 추산됐다. 신한투자증권이 직접 판매 창구에 서지 않았더라도 수요예측 참여자와 실제 위험 부담자가 달랐는지, 이를 주관사가 알 수 있었는지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돈은 벌었지만 리스크도 들고 왔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 사진제공=신한투자증권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신한투자증권 이슈가 반복됐다는 점이 더 불편하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ETF LP 업무 과정에서 1300억원대 손실 사고를 냈다. 당시 직원들이 손실을 숨기기 위해 손익 집계를 누락하고 허위 스와프 거래를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신한투자증권 법인에 기관경고를 확정했다. 김상태 전 대표에게는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기관경고가 내려진 지 두 달 만에 이번에는 IB와 채권자본시장(DCM) 심사 역량, 투자자 보호 절차가 또 논란이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신한금융의 비은행 이익을 떠받친 계열사였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7.4% 늘었다. 영업이익은 3864억원으로 228.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의 이익 증가율은 신한금융 주요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리딩뱅크'를 넘어 '리딩금융'을 목표로 삼은 진 회장에게 증권 계열사의 역할은 작지 않다. 신한금융은 2025년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4조9716억원을 냈다. 역대 최대 실적이었지만 KB금융의 5조8430억원에는 못 미쳤다. 두 회사의 순이익 격차는 8714억원이다. 은행 의존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기 때문에 증권,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익 기여와 평판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TF LP 사고는 운용 부문 내부통제 문제였다. JTBC 회사채 논란은 발행 주관과 인수, 배정, 셀다운 과정의 심사·관리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사안은 다르지만 모두 신한투자증권의 사업 확대와 위험관리 체계가 같이 움직였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이번 사안을 개별 채권 발행의 결과로 설명하더라도 금감원 점검 결과에 따라 파장은 달라진다. 직접 판매 여부, 기관 배정 이후 개인 자금 유입 구조, 발행 당시 실사와 위험 고지 수준이 확인 대상이다. 발행 전 JTBC의 현금흐름과 차환 구조, 그룹 유동성 의존도를 검토한 내부 의사결정 문서도 쟁점에 포함될 수 있다.
사진제공=신한투자증권
진 회장에게 신한투자증권은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비은행 축이다. 이번 금감원 점검 결과는 신한투자증권 개별 사안을 넘어 진 회장의 2기 비은행 구상에도 변수로 남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의 JTBC 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 시한은 오는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