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3일(금)

"확정 없다"지만 TPG 실사 논의 인정...롯데렌탈 몸값 낮아지나

롯데렌탈, 해명공시서 TPG와 지분매각 실사 논의 확인

어피니티 1조5729억원 거래 무산 뒤 구주 중심 재추진

호텔롯데 현금 확보 필요...최종 가격 협상이 관건


롯데렌탈 매각 작업이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을 축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롯데렌탈은 1일 해명공시를 통해 "TPG 측과 롯데렌탈 지분매각 관련 실사 등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사 주식 매각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최종 계약 체결에는 선을 그었다.


공시 문구는 방어적이지만, TPG와의 접촉 자체는 확인됐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의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에서 멈춘 뒤 롯데렌탈 매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인수 후보의 존재보다 최종 몸값으로 옮겨가고 있다.


"확정 없음" 뒤에 남은 TPG 실사 논의


롯데렌터카 지점 전경 / 롯데렌터카롯데렌터카 지점 전경 / 롯데렌터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18%를 매각 대상으로 올려놓고 TPG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실사와 가격 협상에서 큰 변수가 없을 경우 이달 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가능성도 거론한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1위 사업자다. 법인 장기렌트와 리스, 중고차 경매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을 벌어왔다. 올해 1분기 매출은 7309억원, 영업이익은 836억원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12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가 이 회사를 손에 넣은 건 2015년이다. 당시 KT렌탈 인수전에서 TPG도 경쟁했지만, 최종 승자는 롯데였다. 11년이 지난 지금 롯데는 매각자, TPG는 다시 인수 후보로 마주 앉았다.


유증 빠진 구주 거래...가격 기준 달라졌다


이번 거래의 핵심 변수는 가격이다. 앞서 어피니티는 롯데 측 경영권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인수하고,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는 구조로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했다.


TPG와의 협상은 구주 매각 중심으로 진행된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을 넘기는 구조다. 신주 인수 자금이 빠지면 전체 거래 규모는 어피니티 때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1조원대 초중반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단순 거래총액보다 구주 주당 매각가가 비교 기준이다. 어피니티 거래 당시 구주 매각가는 주당 7만7115원이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뒤 다시 협상에 나선 만큼 거래 완주 가능성은 중요하다. 동시에 어피니티 때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다는 인상도 피해야 한다. TPG는 공정위 리스크가 낮아진 구조를 앞세워 가격 협상에서 실익을 따질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 뉴스1롯데월드타워 / 뉴스1


공정위 부담 덜었지만, 롯데 현금 필요는 커졌다


어피니티 거래가 멈춘 이유는 독과점 리스크였다. 어피니티는 이미 렌터카 업계 2위 SK렌터카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문제 삼았다.


TPG는 국내 렌터카 사업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결합 심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1·2위 사업자 결합 논란은 피한다. 롯데가 TPG와의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이다.


롯데그룹의 재무 부담도 매각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석유화학과 유통 부문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합산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0조원에 이른다. 롯데지주를 포함한 상장 계열사 11곳의 올해와 내년 회사채 만기 규모도 3조원대를 웃돈다.


매각대금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로 들어간다. 이 중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PF 관련 자금보충 약정,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등 그룹 내 자금 부담과 맞물려 있다.롯데렌탈 매각이 성사되면 호텔롯데는 1조원대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TPG는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 투자로 이름을 알린 대형 PEF다. 한국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경험이 있다. 롯데렌탈을 인수하면 법인 장기렌트·리스, 중고차 경매, 차량 구독 영역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롯데렌탈은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시는 매각 확정을 부인했지만, TPG와의 실사 논의는 확인했다. 남은 쟁점은 하나다. 어피니티 때보다 낮아질 수 있는 몸값을 롯데와 TPG가 어디에서 맞추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