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나 쇼핑몰,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화장실 앞 대기 행렬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가동식 경계벽 등 신기술을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며 전면적인 화장실 구조 개편에 나섰다.
지난달 일본 국토교통성은 역과 상업시설 등 공공시설의 화장실 설치 기준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이 작성한 '여성용 화장실 대기 행렬 해소 사례집'에 따르면 핵심은 고정된 화장실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 여성 이용객이 늘어나는 시간대나 상황에 맞춰 여성용 개실 수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여성 화장실이 만성 부족에 시달리는 요인은 동일한 바닥 면적이 배정되더라도 여성은 개별 실을 이용해야 하므로 변기 수 자체가 적은 데다 이용 시간이 남성보다 평균 3배 가량 길기 때문이다.
이동식 화장실 자료 사진 / 뉴스1
국토교통성 조사 결과 역 등 공공시설에서 남성용 변기 수를 1로 봤을 때 여성용 변기 수는 0.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 전 여성의 외부 활동이 적던 시절에 지어진 시설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점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해법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가동식 칸막이 벽'이다. JR서일본 오사카역과 군마 컨벤션센터 등에 이미 도입된 이 방식은 남성용과 여성용 화장실의 경계 벽 자체를 이동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여성 이용객이 몰리면 벽을 밀어 남성 공간을 줄이고 여성 공간을 늘린다. 아이치국제아레나에는 남녀 화장실 경계에 복수의 잠금 가능한 칸막이 문을 설치해 공용 구역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문을 열고 닫아 개실 수를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칸막이 벽이나 문을 움직이기 어려운 시설을 위한 대안도 도입됐다. 국립경기장과 히로시마 축구경기장은 남녀 화장실 입구 안내판 위에 롤스크린식 안내판을 달아 필요에 따라 스크린을 내려 남성 화장실을 여성 화장실로 전환한다.
신국립극장은 입구 안내판 자체를 뒤집어 남성·여성 표시를 전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꿨다. 대규모 행사에서는 임시 화장실 배치 전략을 변경해 나가오카 대불꽃축제에서는 남성용 소변기 92기를 제외한 나머지 674기 전부를 남녀 공용으로 운영해 대기 행렬을 줄였다.
가동식 칸막이 벽을 이용해 여자 화장실수를 수시로 늘리는 군마컨벤션 센터 화장실 내부 /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의 '여성용 화장실 대기 행렬 해소 사례집'
하드웨어 개편과 함께 이용 시간을 줄이는 소프트웨어 대책도 병행된다. 요코하마 쇼핑몰 조이너스는 각 개실 내부에 모니터를 달아 체류 시간을 실시간 표시해 장시간 이용을 스스로 자제하도록 유도한다.
히로시마 축구경기장은 개실 내에서 이루어지던 화장 행위를 파우더코너로 분리해 회전율을 높였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공실 안내 기술도 확산되어 다이마루 도쿄점은 층별 화장실 공실 현황을 디지털 사이니지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하네다공항은 공식 앱에서 지도로 화장실 혼잡도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례들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전국에 보급하고 연내 화장실 설치 수 통일 기준도 마련해 신축 건물의 설계 기준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