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연구진이 소아암 환자의 생식력 보존을 위한 의학계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중국 매체 텐센트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VUB)과 브뤼셀 대학병원 연구팀은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medRxiv'를 통해 어릴 적 냉동 보관했던 미성숙 고환 조직을 17년 만에 환자 본인에게 다시 이식해 정자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동기에 방사선이나 화학요법 등 항암 치료를 받아 영구 불임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인공수정 및 소아 생식력 보존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세계 최초의 인체 임상시험 성공 사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수술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유전성 혈액 질환인 낫형 세포 빈혈을 앓았던 환자다. 그는 10세이던 2008년 골수 이식 전처리 과정에서 고강도 화학요법으로 인한 고환 생식세포 손상과 무정자증 유발 가능성이 커지자 의료진의 권유로 고환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영하 196℃의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했다.
성인이 된 후 세 차례의 정액 검사에서 모두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그는 2025년 냉동 고환 조직 자체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이 해동한 조직 조각들을 잔여 고환 내부에 이식한 결과, 1년 뒤 조직 생체 활성화와 함께 성숙하고 운동성 있는 정자가 활발히 생성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소아암 환자의 미래 출산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과제가 많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송명哲 선전 중산산부인과병원 생식비뇨남과 주임은 "동물 실험에만 머물던 기술이 인간 몸에서 구현된 것은 대단한 진전"이라면서도 "이식된 조직이 정관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자연 임신은 불가능하며, 향후 미세주입술(ICSI) 같은 시험관 아기 시술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또한 "항암 치료 환자의 조직 내 잔류 암세포 재유입 위험을 완벽히 차단하는 스크리닝 기술과 10년 이상 장기 냉동된 조직에서 나온 정자의 유전자 변이 및 자녀 안전성 검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 데이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신중한 견해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