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전쟁의 잔해가 자연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새들이 전장에 버려진 드론 광섬유 케이블을 둥지 재료로 활용하는 모습이 발견되면서 전쟁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됐다.
지난 8일 우크라이나 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발견된 새 둥지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 국방 반부패위원회 공동설립자 올레나 트레구브는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트레구브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활공폭탄 공격으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면서 부러진 가지 사이에서 특이한 형태의 새 둥지가 발견됐다.
X 'OTregub'
둥지는 일반적인 풀과 나뭇가지 외에도 가느다란 광섬유 케이블이 섞여 엮어진 형태였다. 이 케이블은 전장에서 사용되는 광섬유 FPV(1인칭 시점) 드론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광섬유 드론은 전자전 장비의 간섭을 피할 수 있다는 전술적 이점이 있다. 하지만 비행 중 케이블이 끊어지거나 버려지면서 전장 곳곳에 산재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트레구브는 "전선 인근의 새들은 폭발과 포격, 방향 감각 상실, 각종 잔해 등 여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밝히며 전쟁이 야생동물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영국 조류학회는 드론용 광섬유가 새와 박쥐, 소형 포유류를 얽히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명 피해뿐 아니라 자연 환경에도 깊은 상처가 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