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6일(화)

"이번엔 나루토냐"... 트럼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무단 도용 홍보에 日정부 분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이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정치적 홍보에 무단으로 활용하면서 양국 간의 새로운 외교적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표현 수위는 신중했지만, 자국을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이 권리자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 편의 영상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세계 각지를 누비다가, 오렌지·검정 의상을 입은 닌자로 등장한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주인공 우즈마키 나루토를 본뜬 장면이다. 야후재팬과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나루토 팬으로서 화가 난다”, “정치에 멋대로 이용하지 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문제는 이번 ‘나루토 영상’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1년 동안 일본 콘텐트를 수차례 무단 이용해왔다.


2025년 9월에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불법 이민 단속을 인기 게임 ‘포켓몬스터’의 몬스터 포획에 빗댄 영상을 제작해 X(옛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다.


또, 백악관 공식 X 계정은 3월 ‘미국식 정의(Justice The American way)’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란 공격을 연상시키는 실사 폭격 장면에 ‘유희왕’·‘드래곤볼’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영상을 이어 붙여 군사 행동을 연출한 내용으로, 전쟁을 오락처럼 그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 중 나루토 캐릭터로 나오는 모습을 보도하는 일본 언론. 일본 TBS 뉴스 캡쳐일본 TBS 뉴스


이처럼 일본 콘텐트가 잇따라 차용되는 배경으로는 세계적 인지도가 꼽힌다. 포켓몬이나 나루토는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정치 메시지만으로 닿기 어려운 대중에게 손쉽게 시선을 끌 수 있는 점을 노린 셈이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로서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논란이 확산할 때마다 무단 사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희왕’ 공식 계정은 3월 11일 “권리자의 허락 없이 사용됐으며, 원작·제작 관계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냈다. 포켓몬을 공동 소유한 주식회사 포켓몬도 “당사의 지식재산 이용을 허가한 적이 없다”며 “우리의 사명은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며 어떤 정치적 견해나 어젠다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공식 X(옛 트위터)계정이 3월 6일 올린 미국식 정의 영상의 한 장면. 일본 애니메이션 유희왕의 주인공 어둠의 유기(무토 유기)가 무단으로 사용됐다. 백악관 X 캡쳐백악관 X(옛 트위터) 캡쳐


논란이 반복되자,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섰다. 일본의 지식재산 전략을 소관하는 오노다 기미(小野田紀美)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까지 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권리자의 의도와 다른 형태로 사용돼 작품 이미지가 훼손되고 권리자에게 피해가 생기는 사태는 엄중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저작권이 적절히 다뤄지도록 미국 측과의 의사소통을 포함해 제대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