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일)

갑각류인 줄 알았는데 전갈이었다... 150년 만에 풀린 화석 미스터리

150년간 갑각류로 오해받았던 거대 화석이 사실은 4억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초대형 전갈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전자신문이 인용한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1870년대 발견 이후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로 분류됐던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가스(Praearcturus gigas)' 화석이 실제로는 전갈류에 속한다고 국제 고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발표했다.


약 4억1500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 초기에 살았던 이 생물은 전체 길이가 약 1m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크기의 전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박물관에 150년 가까이 보관된 화석과 새로 발견된 표본 등 총 8점을 CT 스캔 등 첨단 장비로 정밀 분석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고대 절지동물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가스(Praearcturus gigas) 화석. 사진=런던 자연사박물관런던 자연사박물관


결정적 증거는 다리 사이 몸통 아래쪽에 위치한 '흉골' 구조였다. 길고 삼각형 모양의 흉골과 중앙 홈이 2015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고대 전갈 '에라모스코르피우스 브루센시스(Eramoscorpius brucensis)'와 완벽히 일치했다. 몸 표면의 거친 돌기 역시 현대 전갈의 특징과 유사했다.


이 고대 전갈의 집게발 길이만 약 16cm로, 현존 최대 전갈종인 '아시안 자이언트 포레스트 전갈'의 평균 몸 길이(10~13cm)를 넘어선다. 해당 현대 전갈이 최대 23cm까지 자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대 전갈의 집게발 하나가 현대 거대 전갈 몸통 대부분과 맞먹는 크기였던 셈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 고생물학자 러셀 비크넬 박사는 "정말 거대하고 뚱뚱한 생물"이라며 "어두운 골목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 전갈이 살았던 시기가 지구상 산소가 풍부해져 거대 곤충들이 번성하기 시작한 때보다 약 5000만년이나 앞선 조기 데본기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수생동물이 번성했고 육지에는 진드기나 거미류 등 아주 작은 생물만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절지동물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가스(Praearcturus gigas) 상상도. 사진=런던 자연사박물관고대 절지동물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가스' 상상도 / 런던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이 거대 전갈이 육지와 물속을 오가는 양서성 생활을 하며 물속의 원시 무악어류나 판피류 등을 사냥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전갈의 핵심 특징인 꼬리 끝 독침이나 배 밑의 빗 모양 감각기관인 펙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리처드 하워드 런던 자연사박물관 학예관은 "화석이 불완전할 뿐"이라며 "공룡 골격 화석에서 머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머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교 엘리자베스 다우딩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고생물학 데이터베이스를 통째로 업데이트해야 할 만큼 중요한 발견"이라며 "과거 생태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