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1일(월)

구광모 회장이 보는 엔비디아는 HBM 밖에 있다...LG, 피지컬 AI·기판 전면에

피지컬 AI·기판·AIDC로 접점 확대로봇 협력은 공개, FC-BGA 공급망 진입은 미확인


LG그룹이 엔비디아 협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 회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엔비디아 AI 가속기 공급망에 들어갔다면, LG는 로봇, 피지컬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 기판,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앞세우고 있다.


LG가 겨냥하는 곳은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AI가 쓰이는 현장이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은 칩에서 서버, 공장, 로봇, 데이터센터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이 엔비디아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영역도 이 지점에 몰려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회동 여부도 변수로 떠올랐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LG가 꺼낼 카드는 HBM이 아니다. LG가 이미 공개한 협력 사례는 피지컬 AI, 로봇 솔루션, 차세대 기판, 데이터센터 인프라 쪽에 놓여 있다.


로봇·스마트팩토리서 먼저 열린 엔비디아 접점


엔비디아 젠슨 황 CEO / 뉴스1엔비디아 젠슨 황 CEO / 뉴스1


LG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에서 먼저 구체화됐다. LG전자가 올해 초 공개한 지능형 홈 로봇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로봇용 칩셋과 로보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실제 공간에서 움직일 로봇을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먼저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4월에는 젠슨 황 CEO의 장녀이자 엔비디아에서 옴니버스와 로보틱스 사업을 맡고 있는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를 찾았다. 매디슨 황은 류재철 LG전자 사장과 만나 피지컬 AI와 로봇 솔루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생산공정 시뮬레이션에도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엔비디아 밸류체인을 두드리고 있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패키지 기판은 더 넓고 촘촘해진다. GPU와 HBM을 잇는 회로와 부품이 늘면서 대면적·고다층 FC-BGA 수요도 함께 커진다.


LG이노텍은 지난달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반도체 패키징 학회 ECTC 2026에 처음 참가해 AI용 대면적 FC-BGA 기판과 초대형 FC-BGA 기판을 공개했다. 회사가 공개한 대면적 기판은 가로·세로 85㎜ 크기다. 초대형 기판은 이보다 면적이 약 40% 더 크다.


칩 임베딩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칩을 기판 위에 얹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기판 내부에 넣는 기술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신호 이동 거리를 줄여 전원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 저항을 약 25% 낮춘다. AI 서버의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 기술이다.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증권가도 LG이노텍의 기판 사업을 LG그룹의 AI 공급망 접점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LG이노텍의 기판 매출이 지난해 1조7천억원에서 2027년 2조7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매출 비중 10% 수준인 기판 사업이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는 추정도 냈다.


AIDC 매출 31% 증가...남은 건 엔비디아향 공급계약


LG유플러스는 데이터센터에서 숫자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올해 1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늘었다. 기존 코로케이션 사업에 설계·구축·운영(DBO) 매출이 더해지면서 기업인프라 부문 성장을 이끌었다.


AI 데이터센터는 LG그룹 내부 협업으로도 이어진다. LG유플러스는 파주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LG전자의 냉각 기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자체 AI 기반 데이터센터 관리 시스템을 묶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엔비디아 AI 플랫폼이 데이터센터 단위로 확산될수록 전력, 냉각, 운영 효율도 같이 따져야 한다.


LG AI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쪽에서 엔비디아와 접점을 만들고 있다. LG AI연구원과 엔비디아는 지난 4월 서울 마곡 LG AI연구원 본사에서 만나 LG의 AI 모델 '엑사원'과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오픈 생태계를 결합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산업·전문 분야 특화 AI 모델 공동 개발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NVIDIANVIDIA


HBM 공급사가 아닌 LG가 엔비디아와 만나는 지점은 로봇이 움직이는 공간, AI 서버에 들어가는 기판,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인프라, 산업용 AI 모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I 가속기 안으로 들어갔다면, LG는 AI가 실제로 돌아가는 설비와 현장에서 자리를 찾는 구조다.


향후 공개될 협력 범위도 남아 있다. LG전자와 엔비디아의 로봇 협력, LG AI연구원과 엔비디아의 모델 협력은 이미 확인된 사안이다. 여기에 LG이노텍의 차세대 FC-BGA, 장기공급계약, 선수금 기반 설비투자 논의 등이 더해질 경우 LG의 엔비디아 접점은 하드웨어와 인프라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다.


젠슨 황 CEO의 방한 일정과 구 회장 회동 여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다만 LG가 엔비디아와 공개한 협력은 로봇, AI 모델, 스마트팩토리 등 여러 계열사 영역에 걸쳐 있다. 구 회장 체제에서 이 협력이 그룹 차원의 AI 공급망 전략으로 정리될 경우 LG의 엔비디아 협력 구도는 지금보다 더 선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