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성추행 및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잇따라 승소했던 전직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E. 진 캐럴(82)에 대해 전격적으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28일(현지 시간) CNN 등 현지 매체 따르면 미 법무부는 캐럴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민사 소송 과정에서 법정 위증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번 수사는 시카고 연방검찰청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연방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쟁점은 소송 비용의 외부 조달 및 배후 지원 여부다. 캐럴은 지난 2022년 민사 소송 당시 법정 증언에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전혀 지원받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이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이자 민주당 고액 후원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리드 호프먼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 캐럴 측 법정 대리인단에 일부 소송 비용과 경비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자금 지원 문제는 과거 민사 재판 당시에는 판결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던 사안이다.
이번 수사를 두고 법무부 내부에서도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으로서 캐럴과의 민사 소송 항소심 등을 직접 대리했던 이력이 있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번 수사 라인에서 스스로 물러나며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가 곧바로 기소로 직결되는 단계는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16일(현지 시간) E. 진 캐럴이 뉴욕 연방 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재판 첫날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앞서 캐럴은 1990년대 중반 뉴욕 맨해튼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2023년 뉴욕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성폭행 혐의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성추행과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해 5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 역시 이를 유지했다.
이후 트럼프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비난하자 캐럴은 추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8330만 달러의 배상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럴을 알지 못하며 "내 타입이 아니다"라는 등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번 수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주요 인물들을 향한 사법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맞물리며 현지에서 거센 '사법 보복' 논란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