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군사적 정면충돌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미군은 이 지역 주둔 미군과 상선을 위협하는 이란의 공격용 편도 드론 4대를 격추한 데 이어, 다섯 번째 드론 발사를 준비 중이던 이란 남부의 핵심 해군 거점인 반다르아바스의 지상관제소를 자위권 차원에서 전격 공습했다.
이는 사흘 만에 감행된 두 번째 공습으로, 협상의 최대 쟁점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위협 요인을 제거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당국자는 이번 타격이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며 취약한 휴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해협 재개방을 조건으로 한 2주간의 일시적 휴전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항해하는 선박들의 모습 / GettyimagesKorea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공습을 명백한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미군의 미사일 공격 원점으로 지목된 쿠웨이트 내 미 공군기지를 향해 반격을 가했다. 비록 미 중부사령부가 쿠웨이트군과의 공조를 통해 이란의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밝혔으나, 이란 측은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한층 더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최고 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 역시 페르시아만 내 미군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공습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불을 놨다.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란을 향해 초강경 메시지를 쏟아낸 지 불과 6시간 만에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방장관을 필두로 이란을 끝장낼 것이라며 압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선거를 의식해 불리한 합의를 서두를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2026년 5월 27일(현지 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료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대부분 협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발언한 지 며칠 만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기대감 속에 각료 회의를 열었다. / GettyimagesKorea
현재 양국의 가장 큰 이견은 세계적인 석유·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발생하고 있다. 이란 국영 TV 등은 이란이 오만과 협력해 수로 교통을 관리하고 미국이 주변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내용의 14개 항 예비 합의 초안을 보도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완전한 날조"라며 즉각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의 통제하에 놓이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협상 파트너로 거론된 오만을 향해서도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란이 핵심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문제를 추후 과제로 미뤄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의 우라늄을 러시아나 중국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네팔 국제협력연구소
여기에 더해 레바논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정세 악화는 미·이란 간 평화 협정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란은 모든 평화 협정에 레바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를 이틀 연속 폭격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데 이어 베이루트 남쪽 외곽까지 약 3주 만에 다시 공습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간의 전투가 재개되면서,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충돌과 맞물린 중동 정세는 극적인 종전 타결과 전면적인 확전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