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들로부터 35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GS리테일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유통업계에 자리했던 '관행 비용'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는 지난 15일 편의점 운영사 GS리테일의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15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1심의 무죄판결이 뒤집혀서라기보다 법원이 업계 관행 뒤에 자리하던 거래 구조와 협상력 차이에 더 주목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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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편의점 도시락·김밥 등 신선식품(FF)을 납품하던 제조업체들에서 비롯됐다. 검찰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협력업체 9곳으로부터 성과장려금과 정보제공료, 판촉비 등의 명목으로 약 356억 원의 불법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GS리테일 측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회사가 얻은 이익은 업계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비용 구조이며, 계약과 합의를 거쳐 진행된 일종의 '거래'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심 역시 이를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판촉비를 지급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나 판촉비 등 명목으로 지급한 돈이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어 "지급받은 돈이 GS리테일에만 이익이 되고 수급업체에만 손해가 됐다고 볼 수 없다"며 GS리테일에게 전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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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거래된 비용 자체보다 거래 관계의 구조를 들여다봤다. 특히 GS리테일이 편의점 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사업자라는 점, 협력업체들의 거래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협상 여지가 매우 적었다"고 판단했다.
GS리테일의 주장대로 형식상 합의가 이뤄졌다 할지언정, 협력업체들이 이를 거절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인 구조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GS리테일이 얻은 '정보제공료' 부분도 문제 삼았다. 앞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이후 성과장려금의 위법 소지가 불거지자, GS리테일이 수익 보전을 목적으로 '정보제공료'라는 새로운 명목을 만들어 하청업체들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사실상 강매했다고 보았다.
항소심 역시 GS리테일이 제공한 성별 판매 비중이나 점포 판매 실적 등의 정보가 협력업체 입장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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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GS리테일 한 곳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성과장려금이나 판촉비, 각종 지원금 형태의 비용 분담 구조가 존재해왔다. 특히 대형 유통사와 거래하는 제조업체들은 거래 규모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용 요구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번 판결로 법원이 이러한 구조를 더 실질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GS리테일의 유죄 판결은 특히 의미가 있다.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했는지 여부보다, 실제로 협력업체가 거절 가능한 관계였는지가 판단 기준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비용 명목과 정산 구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점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정보제공료나 성과장려금처럼 명확한 대가 관계가 불분명한 비용 항목은 법적 리스크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