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 대신 '꼼수 수의계약'을 통해 가족과 친인척의 배를 불리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이 이해충돌방지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지자체 발주 사업을 독식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실제로 기초의원 A씨가 당선된 후 그의 동생이 운영하는 건설업체의 관급 공사 매출은 3년 만에 6억69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으로 2.3배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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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건수 역시 41건에서 84건으로 늘었는데, 이 모든 것이 경쟁 입찰이 필요 없는 '2000만원 이하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A씨는 "업체 선정 과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경찰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현행법은 의원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의 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인 업체와의 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형제나 먼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는 제약이 거의 없다.
전북의 C의원은 당선 후 업체 대표를 조카로 바꾸고 사명까지 변경하는 방식으로 230건의 수의계약을 따내 3억2000만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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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법망을 빠져나가는 지방의원들의 편법적인 수의계약 꼼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의원들이 예산 심사권을 무기로 공무원을 압박해 사업을 쪼개기 발주하도록 '갑질'을 부리는 경우도 적잖다.
한 광역단체 국장급 공무원은 "수억 원짜리 공사를 2000만원 이하로 쪼개 발주하도록 요구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거절하면 자료 제출 요구 등 보복성 행위가 이어지니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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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원 출신 김경 씨는 남동생 명의의 부동산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인 SH와 282억원 규모의 오피스텔 매매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익위가 지방의회 20곳을 조사한 결과, 의원 일가가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만 1391건(31억원 규모)에 달했다.
하지만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징계는 '출석 정지'나 '공개 사과' 수준의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한 전직 시의원은 "가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이제는 조례를 바꿔 사업자 선정에 개입하는 등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