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연이어 공개 석상에 노출시키며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런 조기 후계자 등장이 오히려 북한 체제 내부의 불안정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현지 시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브루킹스연구소 토론회에서 정 박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김주애의 최근 행보를 "후계 준비를 위한 체계적인 메커니즘 구축"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고위직을 지낸 북한 전문 정보 분석관 출신인 정 박은, 이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역임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총괄한 최고위 실무 당국자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8일 평양체육관에서 국제부녀절 기념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이자리에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리설주 여사, 딸 주애와 함께 참석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주애는 최근 군사 훈련과 전략무기 관련 행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를 김정은의 후계 시절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군사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분석했으며, 의전 위상도 서열 2위 수준으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김정은이 과거 부친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충분한 준비 없이 권력을 승계하며 겪었던 정통성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딸에게는 어린 나이부터 군사적 특별함을 강조하고 의전상 지위를 격상시켜 '완벽하게 준비된 승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박 전 부차관보는 이같은 공개적 움직임이 북한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 요소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과거 김씨 왕조가 후계자 공개 시점을 최대한 늦춰왔던 배경에는 엘리트들의 '편 가르기'와 세력 결집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후계 구조가 이른 시기에 드러나면 특정 인물 주변으로 권력 재구성이 시작된다. 만일 추후 김정은이 후계 계획을 수정하려 할 때, 이미 굳어진 엘리트 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체제 전반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28일 노동신문에 처음 실린 주애의 단독 사진. 주애가 야외사격장에서 혼자 저격수용 소총을 쏘고 있다. /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대해서는 "혈통을 공유한 신뢰받는 측근으로서 지금도, 앞으로도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대체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편 정 박 전 부차관보는 미국의 대북 접근법과 관련해 '비핵화'라는 포괄적 목표보다는 '갈등 완화(Conflict Mitigation)'라는 실용적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소통 통로 확보 등 단기적 안정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토론회에 참여한 조너선 청 월스트리트저널 지국장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어떤 거래가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보다 현실적인 대북 접근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