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바다를 호령하던 전설 속 괴물 '크라켄'의 실체가 드러날까. 최대 19m에 달하는 거대 문어류가 백악기 해양 생태계를 지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24일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은 백악기 후기 해상에서 서식한 고대 문어 친척 종의 '부리(beak)'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백악기 후기에 살던 거대한 지느러미문어를 상상해 그린 그림 /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팀은 기존 화석 15개와 새롭게 확보한 표본 12개를 재분석해 '나나이모테우티스 젤레츠키이'와 '나나이모테우티스 하가르티' 두 종의 존재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몸길이가 최소 7m에서 최대 19m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멸종된 종을 포함해 역대 가장 큰 무척추동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특히 부리의 마모 흔적에 집중했다. 어린 개체의 날카로운 부리가 성체가 되면서 둥글게 닳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는 단단한 껍데기나 뼈를 반복적으로 부순 결과로 풀이됐다.
연구진은 "부리에서 관찰된 마모 패턴은 단단한 껍질과 뼈를 일상적으로 부수던 활발한 육식동물이었음을 시사한다"며 강한 팔로 먹이를 붙잡아 분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악기 지층에서 발굴한 고대 문어의 턱뼈 화석 일부 / 일본 훗카이도대
다만 이들을 '최상위 포식자'로 단정 짓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융남 전 서울대 교수는 연구에서 사용된 '턱(jaw)'이라는 용어가 발생학적으로 척추동물과 다른 '부리(beak)'임을 지적했다.
또한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연안 환경인 점을 들어 "심해성이 아닌 얕은 바다에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식 환경을 고려할 때 먹잇감 역시 대형 해양 파충류보다는 갑각류나 조개류였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문어는 해저를 기어 다니는 특성이 있어 빠른 유영 능력을 가진 모사사우루스나 수장룡과 생활 영역이 달랐을 것"이라며 "최상위 포식자와의 직접 경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