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대규모 집회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평택캠퍼스 앞에 4만명 안팎이 모였지만, 현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경영진 얼굴 사진을 밟는 장면이 포착됐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평택 고덕동 일대 도로변에 쓰레기가 방치됐다는 지역 주민 글까지 올라오면서 노조의 투쟁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기흥, 화성, 천안, 온양 등 전국 각 사업장에서 모인 조합원 약 4만명이 참석했다. 캠퍼스 입구부터 메인 무대까지 약 1.8km 구간은 검은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메워졌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집회 규모보다 더 큰 논란을 부른 것은 현장의 퍼포먼스였다. 현장에는 이재용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이 인쇄된 가로막이 설치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진 속 경영진 얼굴에 낙서를 하거나 구멍을 뚫었다. 바닥에는 이들의 대형 얼굴 사진이 깔렸고, 사진 아래에는 조롱성 별칭도 적혔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조합원들이 사진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집회 이후에는 지역사회 불만도 불거졌다. 당근 동네생활 고덕동 게시판에는 "삼성파업 민낯"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파업 끝나고 뒷모습", "쓰레기 그냥버리고"라고 적고 도로변과 횡단보도 인근에 박스, 비닐, 종이류 등이 쌓여 있는 사진을 올렸다.
댓글에는 교통 통제와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일부 주민은 집회 당일 도로 통제로 동네 주민들이 우회해야 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집회 이후 서정리역 인근에서 조끼를 입은 이들이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노조의 요구 자체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에서 출발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집회에서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겠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낙서하고 찢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 / 뉴스1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나온 장면들은 노조의 요구 명분을 오히려 가렸다. 경영진 얼굴 사진을 밟는 퍼포먼스는 성과급 제도 개선 논의를 인신 조롱 논란으로 바꿔 놓았다. 여기에 집회 뒤 쓰레기 방치 의혹과 주민 불편 호소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노사 협상 테이블 밖으로 번졌다.
주주들의 반발도 커졌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평택캠퍼스 맞은편에서 노조 요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공장을 멈추겠다는 압박은 주주 자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참석자들은 '삼성 주주배당 11조, 직원배당 40조?'라는 피켓을 들고 노조 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당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 문제도 거론했다. 회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유독가스와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사업장 특성상 안전보호시설 유지는 법적 의무라고 공지하고 필수 인력의 정상 근무를 요청했다. 노조법 제42조상 안전보호시설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이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넘어섰다. 노조는 보상 체계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진 조롱 논란과 지역 주민 불편, 주주 반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