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3일(목)

"남 불길서 구하는 내가, 내 딸 어찌 포기하나"... 5년 키운 남의 자식 품은 소방관

5년 내내 '허니문 베이비'라 믿고 금지옥엽 키운 딸이 남의 자식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현실 앞에서도 한 소방관은 "아이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며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였다.


지난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결혼 5년 차 30대 소방관 A씨의 사연을 다뤘다.


A씨는 아내와 2년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고 곧바로 아이를 얻었다. 그는 "저는 늘 위험한 현장으로 출동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이 곁에서만큼은 평범한 아빠로 살고 싶었다. 아이는 제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img_20211207153938_8g683dup.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비극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증상으로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시작됐다. 검사 결과 A씨와 아이 사이엔 유전적 연결 고리가 전혀 없었다. 뒤늦게 아내는 결혼 직전 우울감에 방황하다 전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때 아이가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신감에 이혼 소송을 결심한 A씨지만 아이에 대한 마음은 확고했다. 그는 "생면부지의 타인도 불길 속에서 구해내는 제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아빠라 부르며 자란 이 아이를 어떻게 포기하겠느냐"며 법적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승소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나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민법 제844조 제1항에서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결과와 상관없이 법적으로는 여전히 A씨의 자녀라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아이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구를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자녀의 복리', 즉 아이에게 누가 더 안정적이고 적합한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다"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A씨를 아버지로 인식하며 형성한 강한 애착관계가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g_20211205154745_t626bbal.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현실적인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아이에게 현재 가장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형성해 온 양육의 연속성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구체적인 자료로 잘 정리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부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김 변호사는 "제 3자인 '생물학적 친부'는 직접적으로 '내 아이니 내놓으라'는 소송(친생부인의 소)을 제기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다"며 "생물학적 아버지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당장 아이를 데려가거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