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1일(화)

둘째 출산 날 쓰러진 60대 가장, 손주 얼굴 못 본 채 장기기증으로 3명 살리고 떠났다

30년 가까이 한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60대 가장이 세상을 떠나며 세 명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선물했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월 10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김기웅(67)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김씨의 비극은 지난 1월 8일 일터에서 시작됐다.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0003517725_001_20260421145615115.jpg3명에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김기웅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쓰러진 날이 외동딸 윤지씨가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간 날이었다는 점이다. 


김씨는 갓 태어난 둘째 손주를 만나기 위해 미리 예방접종까지 마치고 딸의 산후조리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끝내 손주를 품에 안아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연명치료 거부를 신청해둔 상태였다.


vvvvv.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유족들은 생전 주변에 베풀기를 좋아했던 고인의 성품을 기려,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퇴근길마다 딸과 첫째 손주가 좋아하는 빵과 과일을 사 들고 오던 다정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다.


외동딸 윤지씨는 하늘로 떠난 아버지를 향해 "아빠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느끼니 나도 아빠처럼 선하게 살고 싶어졌다"며 "아주 먼 훗날 다시 만나는 날, 각자의 자리에서 참 행복했다고 웃으며 인사하자. 고맙고 사랑해"라고 절절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