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육사를 모른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면박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지며 온라인상에서 상식과 무지의 경계를 둔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부부 사이의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된 이 논쟁은 현대인의 기초 소양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번지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이육사 모른다고 남편한테 무시당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작성자이자 아내인 A씨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독립운동가이자 저항 시인인 이육사를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남편으로부터 지적 수준을 의심받는 듯한 무시를 당한 A씨는 "무시당할 만한 일인 거냐"며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오자마자 댓글창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A씨의 무지를 지적하는 이들은 이육사가 교과서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한 네티즌은 "초중고 교육을 받았다면 '광야'나 '청포도'를 모를 수가 없다"며 "이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기본 상식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A씨를 옹호하며 남편의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가족끼리 모르는 걸 가르쳐주면 되지, 그걸로 사람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남편의 인성이 더 문제"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다른 작성자는 "이육사가 본명이 아니라 수감 번호 264에서 유래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지나친 잣대를 경계했다.
이육사 시인 / 안동시
논란이 가중되면서 이번 사건은 소위 '상식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과거 '금일'이나 '사흘'의 뜻을 몰라 발생했던 문해력 논란처럼, 특정 인물이나 단어를 모르는 것을 '무식'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서는 "상식의 기준은 주관적"이라는 입장과 "공교육의 산물인 기초 지식은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사연은 단순한 부부 싸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상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보다 비난의 도구로 삼는 대화 방식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