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0일(월)

10년 넘게 전국 돌며 축의금 1억 훔친 범인 끝까지 추적해 잡아낸 경찰관

지역 일간지의 결혼 소식을 악용해 10년간 전국에서 축의금을 훔친 60대 절도범이 과학수사팀의 끈질긴 분석 끝에 검거됐다.


2020년 4월 강원 횡성군, 같은해 9월 강원 원주시, 2024년 5월 강원 춘천시 등지에서 자녀 결혼식으로 집을 비운 사이 축의금과 패물이 사라지는 도난 사고가 잇따랐다. 


0005346132_001_20260420041647725.jpg10년간 전국 주택 곳곳에서 1억원 상당의 축의금과 패물을 절도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가 CCTV 영상에 포착된 모습 / 강원경찰청


현장에는 범인의 족적과 CCTV 영상이 남았으나 인적사항을 특정할 길이 없어 사건은 미제로 남을 뻔했다.


반전의 실마리는 강원경찰청 광역과학수사1팀 길상수 경위가 잡았다. 길 경위는 전국 수십 명의 형사를 직접 만나며 유사 사건을 뒤졌고, 지난해 4월 드디어 한 형사로부터 "절뚝거리는 걸음걸이가 낯익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확인 결과 범인은 60대 무직 남성 A씨로, 이미 다른 절도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A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지역 일간지에 실린 결혼 소식을 확인한 뒤 '축의금을 전달하고 싶다'며 혼주의 주소를 알아냈다. 


특히 면·읍 단위 지역에서 결혼식 전날 집을 찾아가 현금을 건네는 관습을 악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02dueu1j631ob3m062sj.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길 경위는 과학수사계 강슬기 경사에게 여죄 분석을 의뢰했다. 경력 14년의 길 경위와 11년의 강 경사는 며칠 밤을 새우며 10여 년간 발생한 전국의 미제 사건을 대조했다. 


족적과 DNA,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2014년부터 강원·경상·전라도 등 전국 46곳에서 이어진 범행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조사 결과 피해액만 약 1억 원에 달했다. 경찰은 증거가 확실한 10건의 사건을 입건해 지난 2월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길 경위는 "2년 전 피해자에게 꼭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약속을 지켜 뿌듯하다"며 "광역팀으로서 흩어진 사건들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 경사 역시 "한 건의 범행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뻔한 피의자가 결국 제 죗값을 치르게 됐다"며 "전국 경찰관들이 협업해 이뤄낸 결실"이라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