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3일(월)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김창민 감독 사건, 부실 수사가 놓친 골든타임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의 비극적 사망 사건을 계기로 우리 수사기관의 고질적인 부실 초동 대응과 취약한 발달장애인 돌봄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해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고 수사가 공전하는 사이, 남겨진 발달장애 아들은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JTBC 캡처JTBC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는 경찰의 안일한 초기 대응이다.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최소 6명이 폭행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인적사항만 파악한 채 귀가시켰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주범 격인 인물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의 영장 반려가 반복되면서 불구속 송치까지 무려 4개월이 소요됐다. 이 기간 가해자 중 한 명은 고인을 조롱하는 듯한 음원을 발표해 유족에게 2차 가해를 가하기도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가 범죄의 중대성을 축소시킨 결과라고 꼬집는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가해자가 여러 명인 집단 폭행 사건임에도 초기 사실관계 정리가 미흡해 영장 기각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김상원 동의대 교수는 "생명을 잃은 중대한 사안임에도 주거가 일정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 역시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사건은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의 위태로운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 감독의 사망으로 홀로 남겨진 아들은 돌봄 단절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놓였다.


현재 국내 발달장애인 돌봄의 82.1%는 가족이 전담하고 있으며,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부모 의존도가 90.4%에 달한다. 정부가 '발달장애인 긴급 돌봄 서비스'를 시행 중이지만, 이용 기간이 최대 7일에 불과하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많다.


인사이트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지원 수준은 더욱 초라하다. 호주는 국민 장애인보험 제도(NDIS)를 통해 1인당 연간 약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연령 제한 없이 연간 최대 약 7,500만 원 규모의 서비스를 보장한다. 반면 한국의 발달 재활서비스 지원 한도는 월 3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는 "발달장애 돌봄을 가족의 헌신에만 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는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 현장에서부터 전문 인력을 배치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제2의 김창민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