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9일(목)

"정신과나 가세요" 의사 비웃음 샀던 20대 여성이 챗GPT로 찾은 병명

단순히 '마음의 병'인 줄 알았던 증상이 알고 보니 온몸이 굳어가는 희귀 질환이었다면 어떨까. 의사들조차 4년 동안 고개를 저으며 정신과 진료를 권했던 20대 여성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덕분에 자신의 진짜 병명을 찾아내 화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래드 바이블 보도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 사는 교사 피비 테조리에르(23)는 수년 동안 보행 장애와 발작에 시달렸다.


2025년에는 심한 발작으로 48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진단은 늘 똑같았다. "불안 장애로 인한 심인성 증상"이라는 처방이었다. 심지어 병원 측은 그에게 "다시 병원을 찾는다면 정신과 환자로 분류해 치료받아야 한다"라는 냉담한 편지까지 보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오진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편견이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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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무관심 속에 증상은 악화됐다. 배꼽 아래와 팔꿈치 밑의 감각이 사라지고 탈모와 실금 증상까지 나타났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는 마지막 수단인 챗GPT를 켰다. 자신의 모든 증상을 상세히 입력하자 AI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유전성 희귀 질환인 '유전성 경성 하반신마비(HSP)'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었다.


피비는 AI의 조언을 토대로 의료진에게 정밀 유전자 검사를 요구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챗GPT의 예측대로 그는 사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사지마비형 HSP 확진 판정을 받았다.


4년간 그를 괴롭혔던 모든 증상이 비로소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피비는 "불안 장애라는 말을 듣다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불치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했다"라며 "진단명을 찾은 건 다행이지만, 차라리 다른 병이기를 바랐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HSP는 다리 근육이 약해지고 뻣뻣해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진행되는 희귀병으로, 현재로서는 완치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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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는 현재 팔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밤마다 부목을 착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병이라 오진이 반복됐던 것 같다"라며 본인에게 맞는 특수 휠체어를 구입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사례는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챗GPT가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절대 전문의의 진료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카디프 대학 보건 위원회 측은 "피비가 진단을 받기까지 겪은 어려움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며 개별 환자의 사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