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8일(수)

"딱지인 줄 알았는데 사과문?" 뺑소니 대신 '손편지' 남긴 청년의 결말

말레이시아의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발생한 뺑소니 없는 접촉 사고가 각박한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한 가해자와 그 진심을 너그럽게 받아들인 피해자의 사연이 알려지며 현지 사회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저녁, 32세 여성 정 씨는 쇼핑을 마친 뒤 자신의 차로 돌아왔다가 앞 유리 와이퍼에 꽂힌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주차 위반 딱지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서툰 글씨로 적힌 수기 메모였다. 메모에는 차량을 들이받아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


039.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정 씨가 차량 상태를 확인한 결과, 수리비는 약 500~600링깃(약 15만~18만 원) 정도로 예상되는 파손이 있었다. 정 씨는 메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전화를 받자마자 거듭 사과하며 수리비 전액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가해 운전자는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27세 청년 파히였다. 당시 그는 후진하던 중 갑자기 안아달라며 보채는 아이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다 사고를 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파히는 "당시 너무 당황하고 자책감이 들었지만 그냥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며 "곧장 매장으로 달려가 종이와 펜을 사서 사과문을 남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청년의 진심 어린 태도에 감동한 정 씨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수리비를 한 푼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 씨는 파히에게 "사과를 받아들이겠다. 수리비는 내가 당신에게 주는 '이드(개신교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이슬람 최대 명절) 선물'이라고 생각하라"며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dfg.jpg페이스북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파히는 "명절 기간에 이런 선의를 베풀어준 차주가 너무나 고맙다"며 "하늘이 당신 부부에게 평화와 행복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수차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씨는 "그동안 뺑소니를 당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정직하게 메모를 남긴 사람은 처음 봤다"며 "아직 우리 사회에 이런 정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히 역시 "세상에 차주 같은 선한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라지만, 누군가의 선의를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만남의 의미를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