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금고를 통째로 훔친 3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기에 발생한 사건이라도, 사후 개정된 형법의 '친고죄' 규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12월 부모의 집 안방 드레스룸에서 현금과 금반지 등 3000만 원 상당의 재물이 든 금고를 수레에 실어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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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아버지에게 "싹 다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도 포함됐다. 당시 친족 간 절도에 대해 형을 면제하던 기존 형법 규정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으나, 국회의 대체 입법은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1심은 A씨의 절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음에도, 당시 입법 공백 상황을 고려해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2심 역시 유죄 판단은 유지한 채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5년 12월 말, 친족 절도를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처벌 가능한 범죄)'로 규정한 개정 형법이 통과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개정 형법 부칙에는 헌재 결정일인 2024년 6월 27일 이후 발생한 범죄부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소급 조항이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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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 부칙에 주목했다. A씨의 범행 시점이 헌재 결정 이후인 만큼 개정 형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A씨의 절도 혐의는 부모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됐다.
A씨의 부모는 이미 1심 선고 전 합의서를 제출하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를 취소한 이상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어야 한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개정 법리를 오해해 유죄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