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프로필 촬영을 위해 몇 달간 극한의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완벽한 몸매를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하이록스(HYROX) 경기장에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일 업계와 외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하이록스는 단순한 피트니스 대회를 넘어 개인의 신체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전 세계와 공유하는 새로운 운동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2017년 올림픽 하키 챔피언 모리츠 퓌르스테와 크리스티안 퇴츠케가 창시한 하이록스는 실내 피트니스 대회다. 8km 달리기와 8개 운동 스테이션을 결합한 형태로, 참가자들은 1km 달리기 후 썰매밀기나 런지 같은 운동을 1가지씩 수행하는 과정을 8번 반복해야 한다.
하이록스
하이록스가 기존 스포츠와 가장 큰 차이점은 '누구나 참가 가능한 대회'라는 점이다. 전 세계 모든 대회가 동일한 코스와 규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에서 기록한 성적을 런던이나 뉴욕 참가자와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개인의 운동 성과가 글로벌 기준에서 평가되는 시스템이다.
일상 기록과 공유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하이록스는 '운동을 넘어선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참가비가 한 번에 15만~20만 원에 달하지만 참가자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마라톤 등 다른 대회 대비 높은 참가비에 대해 참가자들은 단순한 입장료로 여기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이 참가비를 "전 세계 어디서든 비교 가능한 '표준화된 기록 데이터'를 구매하는 비용"이라고 해석했다. 동일 코스에서 측정된 기록은 자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록 인증' 시스템은 MZ세대의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 바디 프로필처럼 결과물을 과시하던 방식에서 완주 기록과 랭킹으로 자신의 한계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이 콘텐츠가 된 현재, 글로벌 랭킹 데이터는 가장 강력한 '자기 증명 수단'으로 작용한다.
하이록스
2019년 첫 대회 당시 650명 수준이었던 참가자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확산되며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이록스 참가자는 2024년 65만명에서 2026년 24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이 하이록스에 참여하는 모습이 알려지고 있다.
하이록스 인기의 또 다른 배경은 커뮤니티 형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BBC는 "과거 헬스가 거울 앞에서 혼자 근육을 키우는 '고립된 운동'이었다면, 하이록스는 동료들과 함께 한계를 공유하는 '사회적 피트니스'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낮은 진입 장벽도 대중화를 이끈 핵심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크로스핏이 고난도 기술 중심이라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 하이록스는 달리기와 기본 근력 운동을 기반으로 해 일반 직장인도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도 하이록스에 대해 "운동의 문턱은 낮추면서도 완주의 성취감은 마라톤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하이록스
하이록스는 피트니스 시장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BBC는 "하이록스 열풍은 단순한 헬스장 이용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대회 참가·트레이닝·장비·여행까지 이어지는 '경험 소비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록스 참가 종목은 오픈(Open) 싱글, 프로(Pro) 싱글, 더블스(Doubles), 릴레이(Relay) 등으로 구분된다.
오픈 싱글은 가장 기본적인 개인 종목이고, 프로 싱글은 더 높은 난도의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더블스는 2인 팀 방식으로 호흡과 페이스 조절이 핵심이며, 릴레이는 4명이 역할을 분담해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