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30일(월)

성매매 금지하면서도 성매수자 처벌은 없는 일본, 70년 만에 '매춘방지법' 개정 착수

도쿄의 불야성 가부키초 골목, 손님을 기다리는 젊은 여성들의 행렬 뒤로 70년간 굳건했던 법의 장벽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956년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매춘방지법' 개정에 착수했다. 성을 사는 사람은 무죄고 파는 여성만 처벌받는 현행법의 모순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최근 기타가와 가요코 와세다대 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한 검토회가 첫발을 뗐다. 이르면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ettyImages-1257394032.jpg일본 가부키초 / GettyimagesKorea


현행 일본 매춘방지법은 매춘을 '금전 대가 성관계'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사는 쪽'은 처벌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호객을 하거나 손님을 기다린 '파는 쪽'에게만 6개월 이하 구금이나 벌금을 물린다. 업자에게는 엄격하지만 정작 수요자는 법망을 피해 가는 구조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가 유지된 바탕에는 일본 헌법 제13조가 있다. '사적 영역의 핵심인 성행위에 공권력이 안이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구매자를 처벌하지 않았던 70년 전의 가치관이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왜 여성만 검거되나"라며 칼을 빼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여성만 잡아가고 사는 쪽은 방치하는 것은 지극히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GettyimagesKoreaGettyimagesKorea


그는 "현대 인권 기준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며 법무성에 구매자 처벌 도입을 포함한 억제책 마련을 지시했다.


배경에는 심각한 사회적 사건들이 있었다. 2023년 호스트 클럽의 빚 독촉에 밀려 매춘으로 내몰린 여성들이 속출했고, 2025년에는 태국 국적의 12세 소녀가 성 착취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인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여성들만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여론은 팽팽하게 갈린다. 젊은 층과 여성들은 '공정성'을 근거로 개정을 지지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아오야마 가오루 고베대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면 종사자들이 더 음지로 숨어들어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 종사자 단체인 'SWASH' 역시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다. 한국과 미국은 '쌍방 처벌'을 원칙으로 하며, 프랑스와 스웨덴은 오히려 '사는 측'만 처벌해 수요를 차단한다.


독일처럼 아예 합법화해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도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파는 쪽만 처벌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70년 만에 메스를 든 일본의 시도가 '풍기 단속'을 넘어 '현대적 인권'의 잣대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