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해든이 사건'을 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정성호 장관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잔혹한 범죄에 법무부 장관이자 부모로서 슬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아동학대는 한 생명의 존엄과 미래를 송두리째 짓밟는 중대한 반인륜 범죄"라고 규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 뉴스1
그는 "법무부는 지난 2월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이나 교육, 의료기관 위탁 등 임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가해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이번 범죄의 잔혹성을 볼 때 이 정도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이미 지난 5년간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이 96명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 장관은 "비극의 반복을 끊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살해죄와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 상향을 포함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법무부는 아동학대를 사전에 차단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발생한 범죄에는 단호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며 "국가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인 30대 여성 라모 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11시 43분께 전남 여수시 자신의 집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라 씨의 남편이자 아이의 친부인 정모 씨는 학대를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 김용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라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정 씨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며, 두 사람 모두에게 아동학대 방지 프로그램 이수와 취업제한 처분 명령 10년을 요구했다.
피해 아동 시신을 직접 검시했다는 검사는 법정에서 울먹이며 "팔뚝만큼 작은 아기가 차가운 검시대에 있었는데, 검사로서 많은 시신을 봤지만 이번만큼 가슴 아픈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사는 "당시 아기 표정은 수십 번도 더 봤던 홈캠 영상이나 사진 속에서보다도 편안해 보였다"며 "철제 검시대 위에서야 쉴 수 있었던 아기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엄마에게 학대 살해당했으나 (친모는)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고인 심문에서 라 씨는 시종일관 흐느끼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며 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라 씨는 최후 진술에서야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 씨는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아기 양육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고통을 잊고자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고 말했는데, 앞서 검찰은 정 씨가 아이가 숨진 당일에도 성매매를 하러 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학대 장면 등이 담긴 홈캠 영상을 일부 공개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과 진료 기록을 검토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역겨운 짓거리와 홈캠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 도움을 청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구역질이 계속 나와서 자료 검토하면서도 계속 멈추길 반복했다"며 "충격이 크다 보니까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고 밝혔다.
특히 피해 아동을 죽음으로 몰고 간 라 씨의 직업이 물리치료사라는 점에서 더욱 큰 분노를 자아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최근 "지금도 라**, 정**은 열심히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다. 날마다 일기처럼 써서 제출한다"며 라 씨 부부에 대한 '엄벌 진정서' 제출을 호소했다. 이후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이 수천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판이 열린 날 법원 앞에서는 라 씨 부부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그 주변에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해든아 편히 쉬어' 등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 170여 개가 놓였다.
부부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3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