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국 군사지원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동맹국들의 소극적 반응에 실망감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연합군 구성 계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계획에 대해 "대통령은 유럽뿐만 아니라 걸프 및 아랍 지역 동맹국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비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언론에는 공개할 수 없지만 준비된 계획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으나,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앞장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GettyimagesKorea
특히 나토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지원 참여를 압박하면서 "대통령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공정성"이라고 언급했다.
레빗 대변인은 "나토 동맹국 영토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우리가 지출하는 수십억 달러를 보라"며 "이는 전 세계 적들에 대한 억지력 기능을 하므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동맹국들의 더 많은 역할을 촉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통령과 그의 팀, 특히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지원을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유럽 및 아랍 동맹국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후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 소속 주요 동맹국에게도 함선 파견 등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공급의 실질적 수혜국과 미군 주둔을 통한 안보 우산 혜택을 받는 동맹국들이 '받은 만큼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Bank
하지만 다수 국가들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파병 요청을 거부하거나 주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어리석은 실수"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날에는 "우리는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일본, 호주 혹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강한 실망감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쟁 종료 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해협 안전을 직접 담당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제거하고 이른바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가 지도록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며 "그러면 반응 없던 우리 동맹 중 일부가 서둘러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로 대부분 공급되고 있어, 이들 국가에 대한 호르무즈 연합군 합류 압박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동맹국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돕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뉴욕포스트 사설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당초 이달 말 예정되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약 5주 후로 연기하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레빗 대변인은 "중국 측과 협의 중이며 중국 측은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연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도 대통령의 결정 배경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은 5월에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몇 가지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분명 매우 바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 GettyimagesKorea
레빗 대변인은 또한 이란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하도록 하는 '존스법'의 적용을 두 달간 면제했다고 발표했다. 레빗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존스법 60일 면제 결정은 미군이 '장대한 분노' 작전의 목표를 계속 달성하는 가운데 석유 시장의 단기적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운송 화물을 반드시 미국 국적, 미국 건조, 미국 소유 선박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한 강력한 보호법이다. 과거 존스법 면제 조치는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나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10일 안팎의 범위에서 단기적으로 이뤄졌는데, 두 달간 면제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의 휘발유는 원유 가격이 50~60%, 정제 비용과 마진이 20~30%를 차지하고, 세금과 유통 비용은 10~20% 수준이다. 해상 운송 비용이 전체 유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존스법의 한시적 면제로 인한 기름값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