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7일(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정체 드러나나... 우크라이나 입국 기록이 결정적

세계적인 익명 거리예술가 뱅크시의 정체가 영국 출신 그라피티 작가 로빈 거닝엄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자체 조사를 통해 1973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로빈 거닝엄이 뱅크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뱅크시는 스텐실 기법을 활용한 거리 벽화로 전쟁과 소비주의를 풍자하고 난민 문제에 관심을 표현하며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


그동안 뱅크시의 정체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예명의 거리예술가 티에리 구에타,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의 프론트맨 로버트 델 나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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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의 조사에서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호렌카 마을에서 발견된 그라피티였다. 목격자들은 2022년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에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남성 2명이 스프레이와 스텐실로 몇 분 만에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들과 함께 있던 또 다른 남성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한쪽 팔을 잃고 양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상태였다. 이 인물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자일스 둘리로 확인됐으며, 그는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팔과 다리를 잃었다.


우크라이나 이민 절차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둘리는 델 나자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입국했고, 이후 뱅크시의 벽화들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로이터 조사팀은 '데이비드 존스'라는 인물이 이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국경을 통과한 기록을 발견했다. 존스의 여권상 생년월일은 거닝엄과 동일했다.


조사팀은 또한 뱅크시가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옥상 광고판 훼손 혐의로 체포됐을 당시 로빈 거닝엄이라는 인물이 이를 자백했다는 사실을 법원과 경찰 수사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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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닝엄은 2008년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이 자신을 뱅크시로 지목하는 보도를 낸 후 이름을 데이비드 존스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뱅크시는 로이터의 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뱅크시가 설립한 공식 작품 인증·판매 기관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는 뱅크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뱅크시 측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뱅크시가 "집요하고 위협적이며 극단적인 행동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신원을 숨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스티븐스는 "익명 혹은 가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이익을 제공한다"며 "창작자가 정치, 종교, 사회 정의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 보복, 검열 또는 박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력에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