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4일(토)

"두바이 드림 끝났다"... 이란 공습에 외국인 90% 대탈출, 2주 만에 '유령도시'

'중동의 보석'으로 불리던 두바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이란의 반격 공격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집중되면서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들이 대거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 지역 주요 시설들을 공격하면서 수만 명의 두바이 체류자들이 도시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발사한 공격 무기 중 3분의 2 이상이 UAE를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가 집중 표적이 된 데는 서방 국가들과의 긴밀한 군사·정보 협력 관계가 배경으로 꼽힌다.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서방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중심지라는 점도 이유로 분석된다.


인사이트엑스(X)


두바이 거주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전쟁 공포에 대거 이탈하면서 도시 곳곳이 텅 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세가 없어 억만장자들이 몰렸던 해변 주점과 쇼핑몰, 호텔들도 한산해졌다.


두바이의 대표 관광지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의 페어몬트 호텔도 공격 피해를 입었고, 초호화 저택들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두바이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영국인 학교 교장 존 트러딩어는 가디언에 "영국 출신 교사 100여 명 중 대부분이 갑작스러운 전쟁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아 깊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이미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두바이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연간 관광 수입만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두바이는 외국인들이 믿어온 '두바이 드림'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존립 차원의 위협에 직면했다.


칼레드 알메자이니 UAE 자이드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UAE 경제가 버틸 만한 수준이지만, 이 상황이 열흘이나 20일 더 이어지면 관광, 항공, 외국인 사업, 석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출하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어렵다. 두바이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 자인 안와르는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전쟁 이후 장사가 안 되고 수입도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관광이 다시 살아날 것 같지도 않고, 나 같은 택시 기사들 상당수가 다른 나라로 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모두가 두바이는 끝났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작년 국제선 여객 수 1위를 기록했던 두바이 국제공항은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가 2일부터 제한적으로 재개했지만, 안전 우려로 7일 또다시 일시 중단됐고 현재도 축소 운항이 이어지고 있다.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11일 안전 우려를 이유로 두바이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두바이 당국은 "큰 폭발음은 방공망이 안전을 지키는 소리"라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SNS를 통한 공포 확산은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이트(좌) 이란 드론이 떨어져 화염이 치솟는 두바이 크릭 하버 지역 초고층 건물, (우) 두바이 공하엥 몰린 인파 / 엑스(X)


두바이 경찰은 공식 발표와 상충되거나 사회적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를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과 초호화 호텔로 '억만장자들의 놀이터',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리던 두바이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불길 속에서 그 명성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