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4일(토)

"도래수 마을에 토레스가?"... 이름 하나로 시골 마을 '힙플레이스' 만든 기업 3곳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 경영이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과거 기업의 상생이 단순한 기부금 전달이나 소외계층 위문품 전달 등 '시혜성' 활동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역의 서사를 절묘하게 엮어내는 '스토리텔링형 CSV(공유가치창출)'로 진화했다.


그중에서도 마케팅 및 ESG 담당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모범 레퍼런스가 있다. 


Remove_the_diamond_logo_watermark_from_the_bottom_-1773299812457.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바로 자사의 브랜드명이나 마스코트와 '이름(발음)'이 일치하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억지스럽지 않은 친밀함을 무기로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이른바 '지명 매칭형' 캠페인들이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과 로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묵직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산업별 대표 상생 레퍼런스 3선을 다시금 조명해 본다.


자동차 업계의 역량 십분 발휘... KGM과 담양 '도래수 마을'


토레스 EVX 1호차 기증식 / KGM토레스 EVX 1호차 기증식 / KGM


언어유희를 기업의 본업(모빌리티)과 가장 완벽하게 연결한 사례로는 KGM(KG모빌리티)의 '도래수 마을' 캠페인이 꼽힌다. 


KGM은 자사의 중형 전기 SUV '토레스(Torres) EVX'와 발음이 비슷한 전남 담양의 '도래수 마을'을 국내 1호 친환경 전기차 마을로 선정했다. 


이 캠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순한 네이밍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이동권 보장'이라는 모빌리티 기업 본연의 철학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병원이나 마트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차량을 지원했다.


발음의 유사성으로 흥미를 끈 뒤, 교통 소외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진정성 있는 행보로 대중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골 마을에 대기업의 노하우를 이식하다... 대상 '미원'과 청주 '미원면'


기존 이미지유튜브 '대상그룹 DAESANG 디튜브'


식품 산업에서는 대상그룹의 국민 조미료 '미원'이 동명(同名)의 충북 청주시 '미원면'을 찾아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대상은 이름이 같다는 인연을 바탕으로, 미원면에 위치한 '미원산골마을빵'의 리브랜딩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단기적인 자금 지원이 아닌, 대기업의 탄탄한 브랜딩 노하우를 시골 마을에 이식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로고와 매장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미원 맛소금빵' 등 시그니처 신메뉴를 공동 기획해 마을기업의 자생력을 높였다.


이 협업 과정은 유쾌한 웹 예능 콘텐츠로 확산되며, 고령화로 침체되었던 시골 마을에 젊은 세대의 발길을 이끄는 로컬 부흥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명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까지... 매일유업 '상하농원'


image.png상하농원 전경 / 상하농원 홈페이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특정 지역의 이름을 아예 거대한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테마파크로 안착시킨 낙농업계의 메가히트 사례도 있다. 


매일유업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의 행정구역 명칭을 전면에 내세운 유기농 브랜드 '상하목장'을 론칭하고, 해당 지역에 농어촌 체험형 테마파크 '상하농원'을 조성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지자체와 농민이 함께 참여한 완벽한 윈윈(Win-Win) 생태계 구축이다. 


평범한 시골 마을 '상하면'은 고품질의 브랜드 서사를 입고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고, 지역 농가는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단발성 화제성을 넘어 '지속 가능성'으로


단순한 언어유희나 말장난은 휘발성 높은 '밈(Meme)'으로 가볍게 소비되고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앞선  기업은 '이름이 같다'는 얄팍한 우연을 기업의 뼈대인 본업의 역량과 결합해 묵직한 필연으로 치환해 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무늬만 지역 상생을 외치거나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이른바 '로컬 워싱(Local-washing)'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각기 다른 산업군에서 탄생한 이 정교한 지명 매칭 사례들은 훌륭한 해답을 제시한다.


결국 대중의 지갑과 마음을 동시에 여는 것은 거창한 ESG 슬로건이나 막대한 기부금이 아니다. 타깃 지역이 앓고 있는 결핍을 정확히 짚어내고,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성으로 그 틈을 메워주는 '맥락 있는 상생'이다.


동음이의어라는 작은 유머에서 출발한 이 유쾌한 나비효과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며 의미 있는 상생 사례로 조명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