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0일(화)

신동빈 회장의 밸류업 구상, 실행 국면으로... 롯데지주 '자사주 소각'의 의미

롯데지주가 166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그간 '검토' 단계에 머물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실제 실행되는 것이다. 단순 공시 한 건이지만,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쌓인 대규모 자사주 문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지난 9일 롯데지주는 공시를 통해 보통주 자기주식 27.5% 가운데 5%에 해당하는 524만5461주를 오는 31일 소각한다고 밝혔다. 소각 예정 금액은 지난 6일 종가 기준 약 1663억원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에서는 일회성 주가 부양책보다, 신동빈 회장 체제의 밸류업 기조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주주환원율 35% 이상을 지향하고, 중간배당과 자기주식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소각은 그때 제시한 방향을 실제 자본정책으로 옮긴 첫 사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롯데지주가 자사주 문제를 안게 된 배경은 2017년 일반지주회사 출범 과정에 있다.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계열사의 분할·합병을 거치며 자사주 비중이 크게 높아졌고, 이는 오랜 기간 지주사 할인과 수급 부담의 원인으로 거론돼 왔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6월 재무 건전성 제고를 이유로 자사주 5%를 롯데물산에 매각해 보유 비중을 32.5%에서 27.5%로 낮췄다. 이번에는 그중 일부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자사주를 단순 보유·활용하는 단계에서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섰다.


시점상 제도 변화와도 맞물린다. 지난 2월 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 3차 개정안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법무부는 그 취지를 '편법적 활용 방지'와 '주주환원 도모'라고 설명했다.


롯데지주가 이미 자체 밸류업 계획 속에 자사주 소각 검토 방침을 담아둔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외부 제도 변화와 회사 내부 자본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볼 여지가 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지주사 체제에서 오래 누적된 자사주 문제를 더는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경영 판단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관건은 이제 남은 자사주 처리 방향이다. 이번 소각으로 롯데지주가 시장에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사주를 '안고 가기만 하는' 지주사가 아니라, 필요할 때는 매각하고 필요할 때는 소각하는 방식으로 자본정책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 사진제공=롯데지주신동빈 회장 / 사진제공=롯데지주


1660억원 소각이라는 숫자보다, 신동빈 회장 체제의 밸류업 구상이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추가 소각이나 보유 자사주 처리 원칙까지 제시된다면, 롯데지주의 주주가치 제고 전략은 한층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