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학계의 권위자인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11월 중간선거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18세기 프랑스와 프랑스 혁명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인 단턴은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미국 국가 인문학 메달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La Nacion)은 단턴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권력 재편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선거 일정을 조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단턴은 "트럼프가 공개석상에서 때로는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며 "11월 중간선거를 연기하거나 중단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군 병력이 이미 국내 여러 도시 거리에 배치된 상황을 언급하며 "이런 조치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단턴은 미국 사회가 언론 불신과 자기검열, 정치적 분열 속에서 권위주의 체제로 기울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지지층이 언론과 지식인, 엘리트 집단을 불신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이 정치적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다수 시민이 전통 매체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있다"며 "부정확하고 거짓된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단턴 / 하버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미국 사회에서 공식적인 국가 검열은 없지만 자기검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이민자 공동체와 소수 인종뿐만 아니라 엘리트층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턴은 대형 로펌과 대학들이 정부 압박으로 인해 기존 입장을 변경하거나 정부 요구에 굴복한 사례들을 거론하며 "두려움으로 인한 자기검열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 환경의 변화도 민주주의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언론사 인수합병과 대규모 기자 해고로 독립 언론이 약화되는 가운데 자본과 정치권력이 결합해 언론에 강력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공포 기반 정치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단턴은 몽테스키외의 이론을 인용해 "전제정치의 핵심은 공포"라며 "현재 미국에서 공포 정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 1월 30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이 이민세관집행국(ICE)에 반대하는 '전국적 셧다운' 시위 도중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이 유사한 시위에 참여했으며, 이는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및 기타 정부 이민 당국과의 충돌로 두 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미국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 GettyimagesKorea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절대 권력 정당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민주주의나 자유보다 힘의 논리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단턴은 미국이 전쟁과 정치적 분열로 인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0~70%가 최근 전쟁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사회 내부의 강력한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