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술유용 위반 혐의를 받은 효성 측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는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34억원 규모의 실질적 지원책을 제시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기술자료 보호라는 하도급법의 핵심 사안이 위법 여부 확정 없이 상생·협력 명분으로 마무리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엇갈리고 있습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및 효성중공업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지난 4일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와 수급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하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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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하도급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기술유용 사건에 동의의결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효성 측이 제시한 시정방안의 총 규모는 34억 2960만원에 달합니다. 기술자료 요구·유용 행위의 대상이 됐던 수급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노후 금형 신규 개발, 부품 경량화, 안전등급 획득 지원,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에 11억 2960만원을 투입하고, 품질·생산성 향상 설비 구입과 근로환경·안전 개선을 위한 상생자금 23억원도 별도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효성은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도 명확히 했습니다. 기술자료 요구·사용은 사전 승인과 사후 검수 목적에 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출받은 기술자료와 동일한 도면을 자체 작성·등록·관리하는 행위를 전면 중단합니다.
또 기술자료 요구 및 비밀유지계약 체결 과정을 전산화해 자가 점검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표준서식만 사용하도록 내부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는 “거래 경위와 실제 수급사업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동의의결 개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대기업과 하청 간 실질적인 상생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다만 기술자료 보호라는 하도급법의 본질을 앞으로 얼마나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는 제도 운영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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