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2일(일)

"총 쏴서라도 문 부숴라" "두 번 계엄하면 돼"... 윤석열의 지시, 법원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공개한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새벽 이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강제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가 인정한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약 2시간 후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의결된 지 약 10분 후에는 다시 이 전 사령관에게 연락해 '지금 190명이 들어와서 의결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190명이 있는지도 확인도 안 되는 것이니까 계속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이 전 사령관이 '지금 본회의장 앞까지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에 접근을 못 한다. 문을 부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행 진입을 지시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과의 세 차례 통화에서 '내가 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해라'라는 발언을 했다고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전 수방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와 운전수행 부사관 이민수 중사의 증언을 재판부가 신빙성 있게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지귀연 부장판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윤 전 대통령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분석해 오히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의 말할 때 특징, 화법, 톤, 내용 등을 살펴보면 짧고 간단하게 하기보다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섞어가면서 말하고, 실제 뜻하려는 바보다 다소 장황하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당시 계엄해제 요구 의결이 이뤄진 상황에서 나름의 아쉬움과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겹친 상태에서 이진우와 통화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런저런 여러 가지 말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12월 2일 작성한 메모에 대해서도 비상계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실제로 메모에 기재된 사항이 비상계엄 선포 후 대부분 이행됐다"고 밝혔습니다.


origin_몸싸움벌이는계엄군.jpg지난 2024년 12월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국회 관계자들이 몸싸음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당 메모를 작성했습니다. 


메모에는 '전 장병 TV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출동 TF병력 대상 흑복 및 안면마스크 착용, 칼라태극기 부착, 쇠지렛대와 망치, 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외부 언론들의 접촉 시도 차단'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재판에서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를 잘 갖추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이진우가 추정된 과업을 정리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상계엄을 대비한 메모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사령관 역시 "비상계엄 가능성이나 이로 인한 국회 진입 및 내부 봉쇄 임무를 부여 받은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위 비상상황은 비상계엄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메모에 기재된 내용이 "국회 내부에서 벌어진 어떠한 긴급한 국가위기 사태 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아닌 적의 침투·도발과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무기가 아닌 쇠지렛대와 망치, 톱, 공포탄을 미리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진우는 김용현으로부터 위와 같은 지시 및 질문을 받으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비상계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