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흐름이 한층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와 감사위원 선임 관련 규율 강화 등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제도 변화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권고'나 '자율'의 영역에 머물렀던 지배구조 문제가 점차 법과 제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요구 커진 시장... 기업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업가치 제고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계획 등을 내놓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흐름입니다.
DL이앤씨 마곡 원그로브 사옥 / 사진제공=DL이앤씨
반면 기업들로서는 경영 자율성과 새롭게 강화되는 규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제도 변화가 기업 활동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시장의 판단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DL그룹을 이끄는 이해욱 회장의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DL 사례를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달라진 자본시장 질서가 기존 지배구조와 맞닿는 상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지주사 전환 이후 구축된 이해욱 회장 중심 지배체계
이해욱 회장은 2021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현재의 그룹 지배구조를 구축했습니다. 비상장사인 대림을 정점으로 DL과 주요 사업회사가 이어지는 구조는 당시 경영권 안정과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일반적인 지주회사 체제가 '총수 → 지주사 →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단층 구조라면, DL은 총수 지분이 집중된 비상장 대림이 최상단에 위치하고 그 아래 상장 지주사 DL이 놓이는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지주회사 위에 또 다른 지배 정점이 존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른바 '옥상옥' 형태로 분류합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 뉴스1
이 같은 구조는 지배력 안정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상장사를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만큼 투자자 관점에서 지배 체계의 투명성과 의사결정 경로에 대한 설명 요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후 DL은 건설·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배당 정책 조정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해욱 회장 역시 기업가치 제고와 장기 투자 기반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상법 개정 논의 맞물리며 지배구조 설명 요구 커질 가능성
그러나 자본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환원 규모 확대를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지배 체계가 새로운 제도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로 이동하는 분위기입니다. 상법 개정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의 판단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명확하게 '주주 전체의 이익'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서입니다.
사진제공=DL이앤씨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기업 전략을 단번에 바꾸지는 않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의 설명 책임을 한층 무겁게 만들 거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과거에는 그룹 차원의 효율성이나 장기 전략으로 설명되던 사안들이 앞으로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요구받게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요즈음의 자본시장 핵심 화두는 '밸류업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덕분에 주식 투자자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단기적 환원 조치뿐 아니라, 기업 구조 자체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DL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기업과 시장 간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제기합니다. 과거 성장 중심의 경영 환경에서 형성된 구조가 자본시장 중심의 평가 체계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정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결국 변화한 자본시장 환경 속에서 DL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DL이앤씨의 주가 흐름이 '반등'을 넘어 '새로운 상승 모멘텀'을 형성하려 한다는 점도 이 관심을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수록 이해욱 회장의 판단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DL의 대응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총수 중심 지배구조와 주주 중심 경영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하는 국내 기업 전반의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