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 제약사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 최대주주의 부당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일 조선비즈는 최근 한미약품에서 불거진 '성추행 임원 비호 의혹'과 관련해 박 대표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사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고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인사 조치를 명령했으나 이는 신 회장의 압력으로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한미약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 인사이트, 한미약품 제공
문제는 지난해 12월, 한미약품 생산의 핵심인 팔탄공장을 총괄하던 임원 A씨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B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언행을 이어가면서 생겨났습니다.
이후 B씨는 회사에 A씨의 성추행을 신고했지만, 한미약품은 두 달 가까이 두 사람을 분리 조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따라 성추행 피해 신고가 접수된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 조치'해야 했지만 사실상 '방치'한 셈입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게다가 A씨는 비위가 확인된 임원이 공식적으로 밟는 해촉 등의 절차 대신 어떠한 징계 기록도 남지 않는 '자진 퇴사'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 경쟁사인 '광동제약'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순간에 '성추행 임원 비호 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위기에 처하자 박 대표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안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고자 했으나 신 회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그는 사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피해자 보호를 위해 A씨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신 회장 측근 임원으로부터 정상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인사 명령을 무시한 채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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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대주주와의 밀착 관계를 이용해 대표이사의 적법한 인사 명령을 무력화시킨 사례"로 규정하면서 신 회장이 가해 임원을 비호하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신 회장은 "그 사람(A씨)이 여자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잖아"라며 가해자를 두둔했고, A씨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전하는 박 대표의 말을 자르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질책했습니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말이나 논리를 수시로 바꿔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녹취를 해두지 않았다면, 모든 책임을 대표인 나에게 씌우려 했을 것"이라며 "대주주 한 명 때문에 임성기 회장님이 세운 기업 문화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폭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 측은 별다른 입장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 사진 제공 = 한양정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