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외 주재 미국 대사관들이 현지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기부 요청을 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현지 시각으로 아시아 지역 미국 외교 공관들이 현지 기업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 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축제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안자니 신하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 기업인 만찬에서 당신들의 돈이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기부를 요청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녹음 자료에 따르면, 신하 대사는 모금된 자금이 로데오 대회와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등 트럼프 행정부가 계획 중인 대형 행사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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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 대사는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춤과 노래를 선보이겠다는 파격적인 약속까지 제시했습니다. 또한 다른 아시아 지역 대사관들이 이미 3,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35억 원을 모금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주재 미국대사관도 건국 250주년 기념 문화와 스포츠 프로그램 70여 개를 발표하면서 후원 기업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와 소프트뱅크를 포함한 20여 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일부 기업은 100만 달러, 약 14억 원 이상의 고액 기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역시 현지 기업들에게 아메리카 250이라는 공식 명칭의 기부 요청 문서를 발송하며 체계적인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미국의 품격을 손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소규모 기부를 받는 관례는 있었지만, 대사들이 직접 나서서 거액을 요구하며 모금 경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테드 오시우스 전 주베트남 미국 대사는 현재 대사들 사이에서 누가 더 많이 모금하는지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블레어 홀 전 외교관은 미국이 그동안 정부가 외부 영향력에 굴복하지 않는 윤리적 관행을 강조해 왔으나, 이번 사례는 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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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백악관 내 이종격투기 경기 개최와 워싱턴 DC 대규모 박람회 등 파격적인 이벤트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해외 모금 활동은 이러한 트럼프식 화려한 축제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한편 주한 미국대사관의 경우 대사직이 1년 넘게 공석 상태로 대리대사 체제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에서는 구체적인 모금 현황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