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연루된 살인 사건 재판이 DNA 감식의 한계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두 형제가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갖고 있어 실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파리 북부 생드니 보비니 중죄법원에서 진행 중인 쌍둥이 형제 살인 재판에서 수사 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33세인 사뮈엘과 제레미 쌍둥이 형제는 2020년 9월 14일 발생한 총격 살인 사건으로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같은 해 10월 3일 살인 미수 사건을 공동으로 계획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수사 당국은 현장에서 발견된 총기에서 DNA를 검출했지만, 법정에 출석한 DNA 전문가는 "쌍둥이 중 한 명이 총격을 가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판별할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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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당국은 재판 이후 기자회견에서 "두 형제가 신분증과 휴대폰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사용해 수사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불만을 표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실제 총격 가해자를 구분해내지 못할 경우, 쌍둥이 형제는 범행 공모 혐의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살인 혐의에서는 벗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요구되는데, 두 명 중 한 명은 결백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쌍둥이가 관련된 범죄 사건들은 미해결 상태로 남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1999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차장에서 뒤통수를 맞아 의식을 잃은 20대 여성 피해자는 가해자를 확인할 수 없었고, DNA 검사를 통해 용의자 범위를 축소했으나 용의자가 일란성 쌍둥이였습니다. 검찰은 어느 쪽도 기소하지 못했으며, 이 사건은 현재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두 개로 나뉘어 DNA 구조가 거의 동일합니다. 분할 과정에서 염기서열이 미세하게 변화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기존 DNA 검사가 대조하는 약 400개 염기서열과 달리 30억 개 전체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밀 검사 비용은 100만 유로(약 17억 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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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사기관이 일란성 쌍둥이로 인한 수사 장애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닙니다. 2012~2013년 마르세유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도 일란성 쌍둥이였습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가해자가 말을 더듬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핵심 단서가 되었습니다. 쌍둥이 중 한 명만 청각 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마르세유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수사 당국은 남은 재판 기간 동안 휴대폰 통화 기록, 영상 증거, 주변인들의 증언 등 DNA 이외의 증거 자료 분석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실제 범인을 가려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원은 이달 말 두 형제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