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새롭게 창설하는 '평화위원회'를 유엔을 대체할 국제기구로 확대 운영하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위원직 유지를 원하는 국가들에게 10억 달러 납부를 요구하며 국제기구 운영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 설립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위원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에게 최소 10억달러(한화 약 1조 5,000억원) 납부를 요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 GettyimagesKorea
블룸버그가 확보한 평화위원회 헌장 초안에는 "헌장 발효 첫해 내에 10억달러 이상을 기부한 회원국은 3년 임기 제한에서 면제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이집트,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의 지도자들에게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평화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안이 발표되고 첫 번째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화위원회 초대 의장을 맡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의장은 평화위원회 회원국 초청 국가를 단독으로 결정할 권한을 보유하며, 회원국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사안이라도 의장의 승인 없이는 최종 확정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회원국의 임기는 3년이지만 의장이 재승인할 경우 연임이 가능하며, 의장은 제명권과 후임 의장 지명권까지 갖게 됩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대체하거나 이와 경쟁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평화위원회 헌장에 "분쟁 지역에서의 안정 촉진, 합법적 통치 회복, 지속 가능한 평화 보장을 위한 국제기구"라고 명시된 부분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평화위원회는 당초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을 담당할 기구로 알려졌으나, 구체화 과정에서 활동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향후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를 초월하는 문제들을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대부분의 참가 의향 국가들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여러 국가가 강력히 반발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유엔 산하 31개 기구와 유엔 비소속 35개 국제기구에서의 탈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유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해서 보여왔습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 GettyimagesKorea
이와 함께 백악관은 16일 평화위원회 산하 '가자지구집행위원회'(Gaza Executive Board) 구성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자지구집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인사들로 구성된 '가자지구국가행정위원회'(NCAG)를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전 유엔 중동 특사가 대표직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하산 라샤드 이집트 정보국장, 림 하시미 아랍에미리트 국무장관 등 11명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마크 로완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 최고경영자와 아키르 가바이 이스라엘 출신 부동산 사업가 등 경제계 인사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이 미국의 가자지구집행위원회 구성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평화위원회 산하 가자지구집행위원회 구성 발표는 이스라엘과 사전 조율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의 정책에 배치된다"고 밝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외무장관에게 미국 국무장관과의 접촉을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정책을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과 대립 관계에 있는 튀르키예와 카타르 정부 인사들의 참여에 대해 이스라엘 정계가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집행위원회에는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카타르 고위 외교관인 알리 타와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당의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는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가자지구에 끌어들이는 것은 2023년 침입을 감행한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며,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혼란의 네타냐후 정부가 이스라엘의 주권을 포기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