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사들이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한 환승 사업에서 국내 항공사를 제치고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러시아 상공 통과 가능이라는 구조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항공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와 중국남방항공이 인천공항 환승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어차이나는 인천·김포~베이징 노선을 기반으로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는 유럽·미주 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중국남방항공은 인천~광저우 등 남중국 허브를 활용해 유럽·동남아시아 연결편을 확대하며 환승 전문 항공사로 자리잡았습니다.
중국 항공사들의 요금 경쟁력은 국내 항공사를 압도하는데요. 인천~유럽·미주 왕복 항공권이 국적사 직항편 기준 200만원대 이상인 반면, 중국 경유편은 80만~100만원대 초반의 반값 수준에서 판매되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11월 인천~중국 노선에서 중국 항공사는 114만7924명의 승객을 수송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항공사는 99만9455명을 운송했습니다.
여객 점유율은 중국 항공사가 55.8%를 차지해 국내 항공사(44.2%)를 앞섰습니다. 국내 항공사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4.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여객 증가율에서도 중국 항공사가 28.9%를 기록해 국내 항공사(19.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항공업계는 중국 항공사의 인천발 중국 경유 저가 환승 수요 증가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 뉴스1
중국 항공사의 우위는 특히 유럽 노선에서 뚜렷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내 항공사는 러시아 영공을 우회해야 하지만, 중국 항공사는 러시아 상공을 통과하는 최단 경로를 이용해 비행시간을 2시간 이상 단축하고 운항비용도 절약합니다.
'알리·테무식 직구'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조금 불편해도 저렴하면 된다"는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와 정책 혜택도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는데요.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공항은 144시간 무비자 환승을 허용하고, 일정 조건 충족 시 무료 환승 호텔도 제공합니다.
뉴스1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한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와 맞물려 단순 환승이 아닌 중국 도시 체류형 '스톱오버 관광'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국 항공사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습니다. 티웨이항공 등이 '대한항공보다 저렴하다'며 유럽 직항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항공사보다 운임을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료 효율성과 영공 사용료에서 불리하고 공항 슬롯·네트워크 측면에서도 후발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항공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경쟁 구도가 단순해지면서 장거리 노선 운임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시점도 기회로 활용해 초저가 환승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